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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모의선거 수업 제동에…교육청 "선관위 설득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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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초·중·고 모의선거' 교육이 '관 주도'로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시교육청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선관위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직접 선관위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에서 논란이 된 '초·중·고 모의선거 수업'과 관련해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모의선거 교육을 선관위와 협의하면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선관위는 서울교육청이 올해 초·중·고교 40곳을 대상으로 준비 중인 모의선거 교육에 대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모의선거가 교육청 주도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됨에 따라 모의선거 교육 대상에 '고3 학생 유권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모의선거 선정 학교 중 고등학교가 19곳으로 가장 많다.

시교육청은 선관위 우려를 받아들이지만, 모의선거 교육 '철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실무진은 이번주 선관위를 방문해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총선과 별개'라며 교육 취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모의선거 교육 중단은 아니며 직접 선관위를 방문해 교육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모의선거 교육이 진행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의선거 교육은 학교에서 해당 지역에 실제 입후보한 후보자의 공약을 분석하고 실제 모의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YMCA와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과 경기 등 중·고교 17곳에서 모의선거를 진행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이들 업체를 올해 총선 전 모의선거 교육 위탁업체로 선정했다. 선관위도 당시에는 이들 업체에 "개표 결과를 선거 후에 공개한다는 전제로 교육청과 모의선거 교육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모의선거 교육은 업체 선정부터 '정치 편향'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물러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맡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선거법 위반자가 선거 교육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업체 선정도 비공개 방식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됐다.

이날 조 교육감은 모의선거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고교 선거 교육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며 선관위를 꼬집었다. 조 교육감은 "코앞에 닥친 졸업식과 입학식을 준비하고 있는 학교 현장을 생각하면 이른 시일 안에 가이드라인이 제출돼야 한다"며 "선관위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설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교육청은 법률 자문 의견서에서 "필요하면 시교육청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교내 선거운동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교육부도 이날 선관위와 업무협의회를 열고 선거법 안내 자료 제작과 학생·교원에 대한 선거교육 실시, 양 기관 간 핫라인 구축을 통한 학교 내 위법 행위 예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에서는 '고3 유권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청년당 전진대회'를 열고 4·15 총선에 처음 참여하는 만 18세 유권자 표심 공략에 나섰고, 정의당은 만 18세 유권자 입당식을 열었다. 만 18세도 정당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올해 고교 졸업 예정자와 고3이 되는 학생들도 정당에 가입하고 있다. 고교 졸업식에는 각 후보 캠프가 참석해 만 18세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리는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했던 '학교의 정치장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고교 관계자는 "올해 졸업식은 정치인들 축사도 다 거절하고 졸업생 대표만 인사하고 간략히 끝낼 예정"이라며 "학교가 이렇게 막아도 결국 교문 앞에서 정치인들이 인사하고 명함을 돌릴 게 뻔하지 않으냐"고 우려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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