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인간 이전에 이미 법인이 있었습니다. /출처=매경DB |
법인(juridical person)은 말 그대로 사람이 아닌데 법률상으로는 사람(nature person)으로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법인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크게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으로 나뉩니다. 재단법은 재산에 인격이 부여된 것, 사단법인은 단체에 인격이 부여된 것입니다. 또, 영리 측면에서 법인은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보통 회사라고 부르는 법인은 이 중 영리 사단법인을 말합니다. 돈을 벌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단체를 회사법인이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비영리 사단법인은 수많은 협회와 단체가 해당됩니다. 대한축구협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같은 곳을 말합니다.
재단법인은 수익을 배당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영리 단체입니다. 우리가 재단을 떠올리면 장학사업이나 기부를 생각할 정도로 대부분 재단의 목적은 재산을 공공의 목적에 쓰는 것이 가장 큽니다.
사단법인, 재단법인은 아니지만 특수법인으로 노동조합, 협동조합, 재개발 및 재건축 조합(이상 사단법인 형태), 학교법인,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신용보증재단(이상 재단법인 형태) 같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회사법인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회사는 크게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유한회사, 주식회사 등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법인의 90% 정도가 주식회사이고 나머지가 유한회사일 정도로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라는 것이 결국 개인사업자에서 발전해 주식회사로 발전해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각 회사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개인의 책임을 줄이고 투자한 만큼의 유한책임을 지게 하는 회사제도의 탄생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개인사업자가 법인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커지면서 함께 커지는 리스크를 법인에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위해 리스크가 큰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합자회사, 주식회사와 같은 회사제도는 대항해시대에 장거리 무역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나왔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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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개인사업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하는 사업이 아주 잘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여럿 모아 동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럴 때 만들 수 있는 것이 합명회사입니다. 말 그대로 이름을 합친다는 것인데요. 이런 합명회사는 각 파트너들이 모두 무한책임을 집니다. 파트너 중 한 사람이 잘못을 해도 다른 파트너가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표적인 합명회사가 변호사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법무법인입니다. 지금은 큰 로펌들이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전환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합명회사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들의 영문 이름도 설립자들의 성을 합친 경우가 많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Bae, Kim & Lee', 법무법인 광장은 'Lee & Ko'입니다.
반면 A가 너무 사업을 잘하니 B라는 사람이 같이 사업을 하자면서 찾아옵니다. 그런데 B는 돈만 대고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럴 때 만들어지는 것이 합자회사입니다. 자본을 합친다는 의미로 합자회사는 유한책임사원과 무한책임사원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A씨처럼 경영과 함께 무한책임을 지는 사람이 무한책임사원이 됩니다(사원이라는 말이 꼭 직원처럼 느껴지는데 주주와 같은 의미로 보셔야 합니다).
이 같은 합자회사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위 '사모펀드(PEF)'라고 하는 금융 쪽에서는 매우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돈을 대는 쪽이 유한책임사원, 경영을 하는 쪽이 무한책임사원이 됩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덕분에 '사모펀드'가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는데요. 조 전 장관 가족이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가 대표적인 합자회사입니다. 이때 조 전 장관 가족이 유한책임사원,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가 무한책임사원이 됩니다.
합자회사에서는 무한책임사원이 유한책임사원을 속일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사진=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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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자회사는 이른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는 회사입니다. 돈을 대는 사람과 사업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돈을 대는 사람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 나를 속이지 않는지 감시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A씨가 법인을 만드는 이유는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법인을 만들어 개인소득세 대신에 법인세도 내고, 회사가 자신이 없어도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안은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신설법인(기업)의 90%가 주식회사일 정도로 한국에서는 주식회사 제도가 보편적입니다. 주식회사는 유상증자라는 방식을 통해 주주를 늘려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사채(회사의 채권이라는 뜻입니다)를 발행해 은행을 통하지 않고 돈을 빌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회사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감사를 임명해야 하고, 매출액이나 자산이 500억원 이상이 되면 독립적인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어째서일까요? A씨가 지분을 100% 보유한 주식회사라고 해도 주식회사는 언제든 주주가 늘어나거나 바뀔 수 있는 형태의 회사입니다. 그러므로 경영자이면서 대주주인 A씨가 소액주주를 속이지 않고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는지 감시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만약 A씨가 큰 사고를 당해 대표이사의 자리를 C라는 사람에게 맡겼다고 하면 A씨 입장에서도 C를 감시할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 주식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취약합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의 주식을 적대적인 상대가 매수해버리면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경쟁사라도 말입니다.
가족이 주식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꼭 우호 지분이라고 자신할 수만은 없습니다. /사진=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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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합명회사와 주식회사의 중간 단계에 있는 것이 유한책임회사와 유한회사입니다. 둘 다 사원들이 유한책임을 진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입니다만 합명회사처럼 '협동조합'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다른 사원(주주)들의 동의가 없이는 지분을 팔 수 없습니다.
또한, 주식회사는 경영자들이 회사를 잘 경영하는지 감시하는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데 반해 유한책임회사와 유한회사는 그런 의무가 없습니다(주식회사의 경우 1인 법인의 경우에는 감사를 선임 후 없앨 수 있습니다).
유한책임회사와 유한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결권입니다. 유한책임회사는 합명회사처럼 사원 1인이 1표를 행사합니다. 반면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처럼 투자한 금액에 비례해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또 유한회사의 경우 최근 법이 개정되어 주식회사처럼 외부 감사를 받는 것이 의무가 되면서 유한책임회사와 큰 차이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유한회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이 형태를 많이 취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구글과 애플입니다. 외국계 회사들은 소유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해외에 있는 모회사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형태가 많습니다. 이 경우 굳이 감사 선임과 외부 감사의 의무가 질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회계사들로 구성된 회계법인이나 실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특수목적회사(소위 페이퍼컴퍼니)도 유한회사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한책임회사는 법무법인과 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털이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구성원들이 똑같이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한책임회사는 법무법인에 적합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법인=주식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책임의 정도와 폐쇄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기업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기업가의 책임이 줄어들고, 개방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투명성도 점점 높아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식회사라는 것 자체가 복수의 주주를 전제로 하고, 이 주주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경영자(대표이사)'에 대한 감시제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주식회사가 실시간 주식이 거래되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면, 그 투명성의 정도는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만약 서양이었다면 기업을 외부에 공개하고 싶지 않고 오너가 원하는 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면 유한책임회사나 유한회사의 형태를 갖췄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식회사가 기업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빠른 성장을 위해 자금 조달을 빠르게 하려고 회사들이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인사업자 수준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주식회사도 개인사업자가 회사를 운영하듯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부메랑처럼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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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법인의 개념을 파악했으니 소상공인을 포함시켜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소상공인이라는 개념에는 '영세'한 기업이나 개인을 정책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일부 업종은 10인 미만)의 연 매출 10억~120억원 이하 기업이라는 기준을 정해놓은 것 입니다. 세법상으로는 연간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의 간이과세자를, 고용 및 산재보험상에서는 5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를 이런 보호해줘야 할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영세' 자영업자가 해당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가 많습니다. 전체 소상공인의 90.8%가 개인사업자입니다. 개인사업자이지만 매출이 크거나 직원 수가 많으면 소상공인이 아니라 소기업으로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도 대부분 개인사업자입니다. 자영업자란 1인 기업이나 직원을 고용하는 사장님을 말하는데 개인사업자가 법인이 되면 사장님도 법인의 피고용자(근로자)가 됩니다. 물론 1인 법인도 있는데 이 경우는 일종의 자영업자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사업자가 법인이 되면 기존의 무한책임에서 벗어나 유한한 책임을 지게됩니다. 동시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도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이 오너지만 자신이 맘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개인사업자가 법인을 설립하면서 기존 개인사업자 지위는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기사를 위해 최대한 단순화시켰지만 법률적인 부분은 실제로는 더 복잡하고 난해한 것 같습니다. /출처=헬프미 법률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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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업'이라고 할 때 그 범주는 소상공인부터 시작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개인사업자와 법인, 자영업자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기업가)의 범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4462만명, 경제활동인구는 2838만명입니다(2019년 11월 기준). 이 중 근로자가 2084만명, 자영업자가 558만명이됩니다. 558만명의 자영업자를 기업인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이는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12.5% 경제활동인구의 19.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한국에 자영업자 비중이 크다는 의미는 곧 작은 기업,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소상공인 :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소기업. 정책적인 개념. 상대되는 개념은 소기업, 중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이다.
자영업자 : 스스로를 고용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사람. 자영업자가 아닌 사람은 근로자이거나 실업자, 구직포기자가 된다. 고용형태 측면의 개념이다. 자영업자이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소상공인이 아니다.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이다.
개인사업자 : 법인 형태가 아닌 사업자. 세금 및 상법과 관련된 개념. 개인사업자는 무한책임을 진다. 영업사원, 연예인 등 근로자는 아니지만 사업소득이 발생하지 경우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법인(주식회사) : 우리나라의 법인은 대부분 주식회사. 개인사업자와 달리 주주들은 유한책임을 진다.
[이덕주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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