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연구 분야 최고 권위자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중산층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꼽았다. 한국은 사회안전망 제도가 미비해 자영업 창업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자영업이 붕괴하며 중산층도 축소·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3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은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하고 자영업 창업이 주된 수단이었는데, 자영업자 활력을 빼앗는 정책이 이어지며 경제활동 기회도 사라지고 중산층이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일해서 돈 버는 계층의 일할 기회를 빼앗고, 정부가 억지로 만든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이나 각종 복지수당으로 소득을 대체하는 것이 중산층 정책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정부가 중산층 정책을 마련하지 않아 쓸데없는 통계 논란만 반복되고 있는 양상도 문제로 짚었다. 그는 "정부 측에서 중산층 정의를 중위소득의 50~150%, 75~125%, 75~200% 등으로 수시로 옮겨가며 입맛에 맞는 통계만 가져다 쓰고 있다. 정부에서는 통계를 꾸미는 데 시간을 쏟고, 민간에서는 정부가 갖다 쓴 통계를 검증하느라 불필요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과거 정권처럼 '중산층 비중 70%' 같은 슬로건을 내세우고 시작했다면 처음부터 중산층 정의가 확실해 지금처럼 논쟁을 위한 논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정부가 중산층 소득 하한선을 중위소득의 75%로 잡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가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친노조 성향 정책이 반복되며 일자리를 지킨 사람들은 계속 혜택이 추가된다. 이들은 주로 중위소득 근방에 위치한 계층"이라며 "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가구들은 점점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중산층 하한 기준을 소득 50%에서 75%로 올려 잡으면 이런 계층이 누락돼 중산층 지표가 개선되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정부의 중산층 인식이 국민 다수와 동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은 소득보전 정책에 주력하는 반면 집과 차를 갖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싶어하는 중산층의 수요는 외면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중산층과 정부가 생각하는 중산층의 철학이 달라 정책의 실질적 효과, 국민 체감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유 교수는 정부가 연금·복지 확대를 외치면서도 그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을 못하게 만들었으면 사회안전망 제도라도 잘 갖춰야 할 텐데, 각종 보험료나 연금납부금 인상은 표를 의식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문재용 기자 / 오찬종 기자 / 김연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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