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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선거제 개혁

'정당 투표=비례대표 당선' 공식 깨져… 위성정당 난립, 유권자는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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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몰라도 된다'는 복잡한 연동형 산식으로 '정당투표=당선' 공식 깨져
'비례한국당' '비례민주당' 등 위성정당 난립 가능성 커져

조선일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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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뺀 군소 야당들과 함께 27일 본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당장 내년 4월 총선부터 비례대표 선출 제도가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각각 행사하는 유권자 입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비례대표 정당이 난립하는 가운데 정치권 실력자들의 비례대표 공천 권한이 훨씬 커지고 비례대표 '매관매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의석수는 현행 체제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 정당 지지율 뿐 아니라 각 정당에 소속된 지역구 당선자 수에 따라서 정당이 최종적으로 획득하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바뀐다.

기존 제도는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정당 득표율 순서로 배분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역구에서 많은 득표를 거둔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른바 연동형 '캡(cap·상한)'이 적용되는 30석에 대해서는 지역구에서 많은 득표를 거둔 정당은 의석 배분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동형 비례제 하에서 정당 득표율 30%를 거둔 정당이 지역구에서 80석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정당 지지율에 따른 가상 의석수 90석과 지역구 의석수(80석)의 차이인 10석에 대해 50% 연동률을 적용, 5석이 배분될 수 있다. 다만 의석 배분 과정에서 다른 정당들이 동일한 원칙에 따라서 거둔 비례대표 의석이 30석을 초과할 경우, 의석 수는 추가로 조정될 수 있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의 의석배분 산식(算式)은 지난 4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 원안과 동일한데, 당시 심 의원이 산식에 대해 "국민은 몰라도 된다"고 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당시 "선거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제도 하에서는 '비례대표 정당' 창당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정당 득표율 3%만 얻어도 비례대표 3~4석 정도를 확보할 수 있어, 군소 정당들이 난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몰아주는 위성 정당인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비례민주당'을 창당하겠다는 신고가 선관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 경우 기존 '정당 투표=비례대표 당선' 이라는 법칙이 바뀌면서 유권자들 입장에서 복잡한 수 계산을 해야 지지 정당을 결정할 수 있다.

이처럼 군소 정당들이 대거 나타나면 투표지도 길어지게 된다. 그러면 현재 전자 개표 시스템으로는 다 처리할 수 없어 일일이 수개표를 해야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당 내부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혼란도 예상된다. 역대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당대표를 비롯해 각 계파 수장 등 실력자들의 권한이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법 논의 과정에서는 비례대표 공천 제도 혁신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비례대표 정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비례대표 배정 방식도 복잡해지면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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