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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취업 대신 프랜차이즈 창업… 튀는 마케팅이 승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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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조선일보

12월 4일 유미선(33) 파리바게뜨 서초우성점 점주가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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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팔았던 빵이 십만 개는 넘을 텐데도 아직 혼자 힘으로 창업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지금도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일하는데, 여기에 원재료 공수, 조리 전 과정, 신메뉴 개발, 마케팅까지 더 얹어진다고 생각해봐요. 너무 힘들고, 또 너무 위험하잖아요."

파리바게뜨 서초우성점 유미선(여·33) 점주는 ‘독립 창업을 하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유 점주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의 종류는 200여 종에 이르는데, 이를 만드는 것은 모두 본사에서 파견한 제빵기사의 몫이다. ‘매번 똑같은 빵만 내놓을 수 없지 않냐’는 고민도 하지 않는다. 본사 연구소에서 매달 꼬박꼬박 출시하는 신제품을 진열해 놓기만 하면, 파리바게뜨 빵 마니아들이 찾아와 신나게 사 간다. 덕분에 유 점주는 손에 밀가루 묻히는 일 없이 온전히 매장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하는 백모(28)씨는 "솔직히 운영 지침이나 공급단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가맹본사에 불만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본사를 떼고 영업을 하자니 동네 구멍가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백씨는 "특출난 노하우가 없고 가진 돈도 적은 사람이 ‘안정적인 자기 사업’을 하려면 결국 프랜차이즈밖에 선택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퇴직하면 치킨집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요즘엔 ‘입사 대신 치킨집’을 택하는 청년층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프랜차이즈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 개발에서 원자재 수급, 제조, 회계 처리에 이르기까지 등 혼자 힘으로 하기 어려운 일을 본사가 맡아주기 때문이다. 점주는 매장 운영과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층의 특성이 빛을 발한다.

◇알바보다 젊은 사장님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설법인 등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3210개) 증가한 8만61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39세 이하)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이들이 새로 설립한 법인의 개수가 2만2352개에 이른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청년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알바보다 젊은 사장님’ 바람이 불고 있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가 ‘퇴직금을 밑천 삼은 은퇴자의 노후사업’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다"며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능통하고, 마케팅에 강한 20·30세대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거 유입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의 20~30대 점주가 50%를 넘어섰다. 최근 3년간 신규 점주 가운데 50대 이상은 15% 줄었고, 39세 이하는 18% 늘었다. 굽네치킨과 BBQ의 20~30대 점주 비중도 각각 33%, 45%에 이른다.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는 청년 점주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청년 점주의 증가세에는 주체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특성도 한몫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경쟁을 뚫고 누구나 알 만한 번듯한 직장에 입사했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서는 단순반복적인 업무와 낮은 임금, 딱딱한 조직 생활 등에 실망하고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의 사업 시작 동기’를 묻는 말에 ‘나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가 76.6%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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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사가 제품과 유통 측면을 맡아주면, 청년 점주는 마케팅과 매장 관리에 전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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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공유주방 약진

퇴직금과 같은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 점주들은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호한다. 중심 상권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비싼 권리금과 월세를 치러야 하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해 억대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매장 중심 프랜차이즈보다 3000만~4000만원이면 창업할 수 있는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가 주목받는다.

소위 말하는 ‘진상손님’ 등 고객 응대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홀’을 운영했을 때는 주류 매출은 많이 나오지만, 그만큼 술에 취한 손님을 상대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많다"라며 "매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더라도 배달만 하는 브랜드로 전환한 것이 백번 잘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매장마다 전속 배달원을 고용하거나 지역 배달대행 업체와 계약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진입 장벽이 더 낮아졌다.

가성비와 가심비(價心比)를 추구하는 세대 특성도 프랜차이즈 선택에 그대로 반영된다. 6000~7000원대 메뉴가 주력인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은 청년 점주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9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앞세운 ‘커피만’과 같은 테이크아웃 음료전문점이나 ‘두끼떡볶이’와 같은 무한리필 프랜차이즈도 인기다. 여성들의 가심비를 공략한 골든네일은 사업 시작 4년 만인 2013년 100호점을 넘기기도 했다. 가맹점주 대부분을 20~30대 여성이 차지한다.

초기 비용이 아예 필요 없는 공유주방 창업도 주목받고 있다. 오피스 공실률이 높은 서울 광화문·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오피스 공실을 활용한 공유주방이 확산되는 추세다. 직장인 밀집지역이라 ‘배달 장사’를 하기에 좋다. 매장 보증금·조리집기·인테리어 비용 등을 들이지 않고 150만~200만원 정도의 월 이용료만 내면 시작할 수 있고, 공유주방 업체에 따라 창업 초보자를 위한 컨설팅까지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청년 점주 유치 경쟁

업계에서도 ‘젊은 피’ 수혈을 반기는 모양새다. 청년 점주가 늘어나면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주 소비층과 가맹점주의 세대가 일치하는 데서 오는 이점도 많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40~50대 점주들이 ‘잘 팔렸던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면, 20~30대 점주들은 ‘잘 팔릴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며 "신제품이 나오면 일단 써보고 좋은 점, 부족한 점 등을 바로 피드백해주고,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많이 내놓아 영업 전략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 점주 유치를 위한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도 내놓고 있다. ‘오븐마루치킨’은 창업 비용을 대폭 낮추는 ‘6무(無) 정책’을 내놨다. 소자본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에 맞춰 계약이행 보증금, 로열티, 초도 물품 및 바이럴 비용, 오픈행사 비용, 배달 패키지 비용, 포스(POS) 단말기 임대 비용을 모두 없앴다. ‘원할머니보쌈·족발’은 홀 손님을 받지 않아도 되는 ‘배달형 매장’을 내세웠다.

다만 전문가들은 젊은 점주가 느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충분한 고려 없이 무작정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립 창업에 비해 쉬운 프랜차이즈 창업이라고 해도 매장을 운영하고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 않냐"면서 "창업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최소 반년 정도는 해당 브랜드에서 직접 일해보고 현장 경험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윤선 교수도 "‘아는 사람이 마라탕으로 한 달에 3000만원을 벌었다더라’ 등의 성공담에 혹한 청년층이 유행에 편승한 프랜차이즈 창업을 했다가 금방 폐점하는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최소 5년은 할 사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장기적인 수요가 보장되는 아이템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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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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