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최악의 저출생으로 병력 50만명 선이 무너질 위기다. 작년 출생아는 23만명으로 줄어 20년 뒤엔 군에 갈 남성이 1년에 10만명에 그칠 것이다. 작년 학군장교(ROTC)는 전국 대학 108곳 중 81곳이 정원에 미달이었다. 육군 부사관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웠다. 행정병이 없어 소대장·중대장이 이 업무를 떠안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북한군이 낡고 뒤떨어졌다고 하지만 병력 차이가 너무 심하면 심각한 군사 위협이 된다. 통일의 기회가 찾아와도 북한 지역 관리조차 못할 것이다. 군을 과학화·무인화해도 인간이 할 일을 다 대체할 순 없다. 사람이 없으면 최첨단 스텔스기나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육군 참모총장은 “군사작전하듯 군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병역 특례를 줄이고 여성 모병제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50·60대는 과거 30대에 못지않은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군 복무 경험으로 기본 군사 상식과 행정·기술 분야 전문성, 국가관·애국심도 갖추고 있다. 전투병은 어려워도 경계·행정·기술 분야 근무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내년 200만원까지 인상되는 병장 월급에 일정 수당만 더 지급하면 지원자가 적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선 다시 군에 들어가겠다는 5060세대가 상당하다고 한다. 나라에 대한 봉사이자 재취업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군은 기지 외곽 경비와 MRO(군 유지·보수·운영)를 민간에 넘기고, PMC(민간 군사 기업)도 활성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40세 예비군 복무 이후에도 행정·보급·지원 분야에서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사고 발생 가능성, 유사시 전투 투입 여부, 임금·근무 여건과 지휘 계통 문제 등 정리해야 할 문제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병력 자원 급감이란 국가적 위기를 넘기 위해 특정 분야에서 시범 실시해 볼 가치는 있다. 일부에선 한국어 능력이 있고 건강한 외국인에 대해 7~10년간 군 복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병력 절벽은 눈앞에 닥친 시한폭탄이다. 여러 해법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