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11월초 단수 후보 올려 2·3급 등 후속 인사도 올스톱
"對共수사 관련 이견 때문" 관측에
"하명수사·감찰 무마 의혹 민정실, 검증 제대로 할 여유 없어" 분석도
국정원 청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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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달 초 본부 실·국장 등 1급 간부 교체 인사안(案)을 청와대에 올렸지만 최근까지 결재가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정보 당국자는 "12월 정기 인사를 앞둔 국정원이 11월 초 제출한 인사 계획이 한 달 넘게 청와대에서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2·3급 등에 대한 후속 인사도 계속 밀리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 고위직 인사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지만, 인사 자체가 장기간 늦춰지는 건 이례적이란 관측이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정기 인사를 하는 국정원은 12월 초 북한 정보 및 해외 공작 등을 담당하는 실·국장과 시·도 지부장 상당수를 교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국내 정치 개입 근절 및 해외 방첩 기능 강화 등의 원칙에 따라 인사안을 마련한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올렸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은 국정원이 올린 인사안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국정원에 인사안에 대한 결과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이번 인사에서 후보자들을 단수(單數)로 선정해 올린 것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적으로 '검경 등은 복수 후보자를 올리는데 국정원만 단수로 올린 것은 민정의 검증 없이 내부적으로 인사를 확정했다는 의미 아니냐'는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의 인사 선택권과 검증 권한을 국정원이 무시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반 적폐 청산 차원에서 조직 개편 및 1급 간부 전원 교체 인사를 했을 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 인사만 지체되는 건 이상하다"고 했다. 국정원은 현 정부 초반 국내 정보 파트 및 내부 감찰 부서를 없애는 등 두 차례 조직 개편을 했고, 국내 정보 분야 요원들을 해외와 북한, 대(對)테러 분야 등으로 재배치했었다.
국정원 일부에선 "국정원장이 낸 인사안을 청와대 측이 거부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보 당국자는 "정기 인사가 이뤄져야 구체적인 사업도 진행되는데 인사가 막히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했다. 최근 남북 관계 악화 등으로 서훈 국정원장 교체설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국정원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국정원과 청와대가 대공(對共) 수사 및 인사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여권에선 '국정원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학생 운동 간부 출신 인사를 포섭해 민간인 사찰을 해왔다'는 의혹이 나왔었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조직에 대해 정당한 내사를 한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진상 조사와 함께 대공 수사권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공 수사권 폐지(경찰 이관)를 약속한 국정원이 '반(反)개혁'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이와는 달리,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각 부처 인사 검증 업무가 전체적으로 지체되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보기관 인사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인사 관련 사항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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