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인용 전제하며 불허했다가
“심판 중이라 정치 구호로 볼 수 있다” 번복
선관위는 이날 경기도 과천 청사에서 선관위원 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헌법 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 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관위는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내걸려 했던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고 적시한 현수막에 대해 ‘게시 불가’ 판정을 내린 반면, 조국혁신당이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정 의원 지역구(부산 수영)에 게시하는 것은 허용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내란 공범’, ‘이재명 구속’과 같은 정치적 구호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이재명은 안 된다’는 건 야권 유력 후보인 이 대표의 낙선을 유도하는 사전 선거운동이란 점에서 안 된다고 봤다. 반면에 정 의원에 대한 현수막은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낙선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아직 탄핵 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선관위가 무슨 권한으로 탄핵 심판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하느냐”, “누구(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하고, 누구(정연욱 의원)는 처음부터 안 된다는 판단을 어떻게 선관위가 내릴 수 있느냐” 등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그러자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은 안 된다’는 판단은) 구두 질문에 따른 답변일 뿐”이라며 “위원회 의결을 통해 유권해석 기준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만약 조기대선이 현실화 할 경우 ‘이재명 구속’이란 표현은 현수막에 쓸 수 있지만, ‘이재명은 안 된다’는 내용은 적시하지 못한다. 공직선거법 90조가 입후보예정자의 성명이나 기호 등이 포함되는 현수막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해 선거일전 120일부터 게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선관위는 아직은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아 ‘이재명은 안 된다’는 표현을 허용하지만, 선거 국면에선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관위는 자료에서 “사회 변화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기간 위반죄를 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수민 원내대변인, 권 권한대행,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 뉴스1 |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단순한 정치 구호로 판단해 게시를 허용했던 ‘내란 공범’ 문구에 대해서도 문제제기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표현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명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전국 현수막에 대한 자체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 공표해서 안되는 사안, 법률 위반 사안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내란죄, 내란 공범 등등해서 붙고 있다”며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의해 공표한 것이라 법적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