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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기고] 김정은, 주사위 던질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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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북한 국방과학원은 12월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으며,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대한 시험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북한의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정한 연말 협상 시한을 20일여 앞둔 시점에서 미국을 향해 사실상 최후통첩성 경고를 한 셈이다.

조선중앙통신 발표 내용만 보면 북한은 조만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인공위성을 가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신형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으며 이로써 북한이 핵 강국의 지위를 넘어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치명적 타격을 가하면서 자기들을 향한 추가 제재 위험은 최소화해 보려는 꼼수로 보인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그 어떤 로켓의 발사도 금하고 있다.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더라도 장거리 로켓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비핵화 협상을 개시하며 유지해 온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모라토리엄의 중단인 동시에 미국과의 비핵화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가 된다. 미국은 2년 만에 유엔 안보리를 소집(현지시간 11일)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2016년 2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광명성 4호 위성 발사 성공을 주장하자, 유엔 안보리는 안보리 결의 2270으로 북한의 석탄 및 철광 등 주요 수출을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에 대해, 김 위원장은 너무 똑똑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며 강력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과 강력한 비핵화 협정을 맺었으며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만들거나 내년 11월 미 대선에 간섭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김 위원장은 김영철과 리수용의 입을 빌려 자기들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은 큰 재앙적 후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반발했다.

현재로서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애당초 진정 핵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음이 그들의 행동으로 입증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셀프 폐기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해체 시늉만 한 셈이다. 자기들이 뜻한 바대로 진행되지 않자 상투적인 몽니를 부리고 있다. 결국 북한은 이번에도 과거처럼 비핵화를 하는 척하면서 국제사회를 속여 시간을 벌고 제재도 해제받고,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해 보려는 기만적 시도를 반복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런 기만극을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길' 운운하는 김 위원장이 다시금 2017년 말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더욱 강력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직면할 뿐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의 선택에 북한의 미래가 달려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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