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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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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위비 분담 압박에…흔들리는 70년 대서양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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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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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은 나토가 성대한 분위기 대신 유례없는 혼란에 휩싸인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런던으로 출발하며, 회원국 정상들도 속속 결전의 장인 런던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옛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 진영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1949년 창설된 나토는 서슬 퍼런 냉전시대를 이겨냈지만, 70주년을 맞은 올해 안팎의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을 겪고 있는 나토는 러시아의 위협과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 끝이 보이지 않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2019년은 '대서양 동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나토 출범 70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이지만, 어느 때보다 나토의 운명이 불확실하다. 불안의 출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했다. 한국을 상대로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직접 유럽 동맹국들에도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에 미국의 안보 능력에 무임승차하지 말라면서 각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나토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을 포함한 29개 나토 회원국 중 9개국만 이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미국은 2024년까지 18개국을 이 기준에 맞추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과 다른 나라들이 더 (방위비를 분담)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더욱 강해지고 방위비 분담이 더 공정해지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9일 전했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나토 예산 기여도를 현행 22%에서 16%로 상당 부분 삭감할 뜻을 밝혔다. 미국은 지금까지 나토 본부 유지와 공동 안보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 약 25억달러 가운데 22%를 제공해 왔다. 이는 나토가 정한 국방 예산 가이드라인인 GDP 대비 2%와는 별도의 자금이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서 "나토 분담금 기여도를 (22%에서) 16%로 낮출 것"이라며 "경제 규모가 큰데도 분담금의 14.8%만 내는 독일과 보조를 맞출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분담금 압박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의 방위비 예산이 5년 연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또 나토는 미국 항공기 제작 업체 보잉과 10억달러 규모 노후 공중조기경보기(AWACS) 현대화 계약도 맺기로 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나토가 '뇌사' 상태에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 인터뷰하면서 "현재 우리는 나토의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며 "유럽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 소식이 알려지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해당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스탄불 마르마라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지칭하면서 "먼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확인하라"며 "이런 발언은 오직 당신처럼 뇌사 상태인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YPG)를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라고 주장하며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하자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최근 러시아와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나토 체제를 흔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터키 수도 앙카라 인근 뮈르테드 공군기지에서는 최근 터키가 러시아에서 도입한 S-400 방공망 성능 실험이 실시됐다. 이 실험에서 러시아 방공망의 레이더와 미사일 성능 실험 대상은 미국제 F-16 전투기였다.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방공망을 갖고 우방국의 전투기를 가상의 적으로 삼은 셈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의 협력 중단을 포함한 대중 공동 대응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CNBC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나토의 도전과제 가운데 중국이 최우선"이라며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분명히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기술이 제조하는 5세대(5G) 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쓰일 우려가 있다며 동맹국에 배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의 압력에도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서아프리카 대테러 작전에 나토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사헬지대에서 프랑스는 모두를 대신해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헬지대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테러조직들이 세력 확장을 꾸준히 시도하는 사하라 이남 지역이다.

프랑스는 사헬지역을 유럽으로 유입되는 테러리스트들의 본거지로 보고 2013년부터 이 지역에 병력 4500명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말리에서 테러 격퇴전을 수행하던 프랑스군 헬기 2대가 공중 충돌하면서 장병 13명이 숨지는 등 '바르칸 작전'으로 지금까지 총 41명의 프랑스군이 전사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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