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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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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가해자, 사고 전날 버스 15시간 몰았다…스키드마크는 안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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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누적땐 집중력 무너져”
인재에 무게 두는 전문가들도

경찰 “현장 스키드마크 없어”
브레이크 작동 안했다는 정황


매일경제

3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광판에 시청역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직원들을 애도하는 글귀가 나오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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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과로’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는 사고 전날 15시간 넘게 장시간 버스 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버스회사 촉탁직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이른 새벽부터 심야까지 12~16시간을 운전하고 다음날 쉬는 격일제 근무를 했다. 차 씨처럼 전국 버스 운전 기사들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 급발진이 아닌 인재(人災)라면 이러한 사고가 언제든 또 날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인력난에 시달리던 회사의 마을버스가 지난 3월 대형 사고를 간신히 모면한 바 있다. 지난 3월3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부근에서 마을버스 한 대가 전신주를 들이받고 왕십리역 광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마을버스 운전기사 A씨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광장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큰 인명 사고로 번질 뻔한 사고였다. A씨는 장시간 근무에 녹초가 된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순간 기억을 잃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버스운전기사는 젊은층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군이라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으로 높은 편”이라며 “격일제로 새벽부터 하루 종일 운전하면 젊은 사람도 피로가 쌓이게 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근무여건이 보장되어야 과로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경찰은 3일 공식 브리핑에서 차씨 부부싸움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이 사고 당일 가해 차량 블랙박스 음성을 공개하지 않자 다음날 온라인을 중심으로 차씨 부부가 다투다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차씨 부부는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일 참고인 조사에서 동승자였던 차씨 아내는 ‘브레이크가 작동이 안 된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및 블랙박스, 인근 상가 폐쇄회로(CC)TV 영상 6점 등을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한 상태다. EDR은 사고 직전 5초간 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흔적이 남아있는 데이터 기록 장치로, 차씨가 사고 당시 액셀을 밟았는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경찰은 브레이크가 작동했는지 알 수 있는 스키드마크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키드마크는 통상적으로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을 때 남는 흔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EDR 분석은 통상 1∼2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분석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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