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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미술의 세계

홍콩 리스크에…아시아 미술시장 ‘판’ 움직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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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술품장터 ‘홍콩 아트바젤’

내년 3월 개최 여부가 분수령

사태 악화로 미술자본 이동 땐

서울이나 부산이 적지 소문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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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최대 거점으로 계속 번영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저녁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연 가을 ‘20세기 & 동시대 미술 이브닝 세일’ 경매는 이런 질문을 남겼다. 이날 경매에서 거장 김환기(1913~1974)의 대작 <우주>는 국내 역대 미술품 경매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훌쩍 넘은 132억원에 낙찰됐다. 국내 미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큰 뉴스였지만, 이처럼 큰 영향력을 지닌 홍콩 시장의 앞날이 정정불안 탓에 명쾌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국내 미술 시장 관계자들과 컬렉터들한테 새삼스레 각인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경매 직전까지 국내 미술계에서는 행사의 안전 자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격렬한 도심 충돌과 대학가 포위 농성 양상으로 번졌던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의 파장이 이어진 탓이다. 국내 미술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는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될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고, 경매 행사를 하더라도 국내 컬렉터들이 대거 불참하는 상황에서 김환기 작품이 유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돌았다. 주된 도심 시위가 벌어진 홍콩섬 도심 센트럴 구역에 서울옥션 지점과 외국 및 중국계 메이저 화랑들의 지점이 밀집해 있는데다 경매 장소인 컨벤션센터도 센트럴에서 멀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부채질했다.

우려와 달리 23일 경매 다음날이 홍콩 구의원 선거일이어서 경매를 전후한 기간, 시내엔 시위·집회가 없었다. 센트럴 근처의 페더빌딩, 에이치퀸스빌딩 등에 입점한 펠럼, 데이비드즈워너, 서울옥션 등의 지점 전시장은 예정된 전시가 순조롭게 진행됐고, 많은 관객이 몰려 구경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23일 열린 경매 행사에도 많은 현지 컬렉터와 미술인이 몰린 가운데 한국인과 서양인 응찰자의 극적 경합 끝에 김환기의 대작이 역대 최고의 값으로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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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가 경매 뒤 내놓은 공식자료를 보면, 23일 진행된 이브닝 세일 경매 낙찰총액은 10억6260만 홍콩달러(약 1605억원)로 역대 이브닝 경매 중 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김환기 작품과 더불어 주목을 받았던 중국 근대 거장 창위(산유)의 작품도 작가의 낙찰 기록으로는 최고인 3억398만 홍콩달러(약 459억원)에 팔렸다. 24일 열린 서울옥션 정기경매에서도 마르크 샤갈, 김환기,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동서양 대가들의 주요 작품들이 팔리면서 낙찰률 79%를 기록해 선방했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홍콩 시장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국내 주요 화랑이나 작품 직구 거래의 핵심적인 장소로 홍콩을 이용해온 컬렉터들은 불안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과 홍콩 주민, 학생들의 정면 대립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이 미술 행사의 개최와 경기 흐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강제송환법 공방으로 지난봄 시작된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서울옥션의 주가가 급락하고, 호텔아트페어인 아시아컨템퍼러리아트쇼가 내년 봄 행사를 잠정 연기하는 등 실제 사태의 후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홍콩 시장의 전망을 알려줄 가장 큰 바로미터는 2013년 이래 매년 3월 열리는 세계적인 국제미술품 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이다. 아트바젤은 지난 10월 한국 화랑 10군데를 포함한 세계 각지 242개 화랑이 참여하는 내년 3월 행사의 규모를 확정 발표했다. 예정대로 행사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국내외 미술계에서는 홍콩의 시민, 학생들이 연말 중국 당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에 따라 내년 상반기 홍콩 미술 시장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라고 본다. 화랑가 한쪽에서는 홍콩 사태 악화로 국제 미술 자본이 떠날 경우, 서울이나 부산이 또 다른 국제 장터의 적지로 지목될 수 있다는 설도 퍼지고 있다.

홍콩/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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