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한 데 이어 이날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중심으로 일본 정부와 물밑 협의 상황을 점검하며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는 "아직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만한 결정적인 사정 변경은 없다"는 쪽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해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달 초 방일 당시 일본 정치권에 제안한 '1+1(한·일 기업) +α(국민성금)' 방안을 두고 양국 정부 간에 물밑 대화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은 한·일 양국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문 의장 제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고 NHK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이 문 의장이 제안한 '1+1+α' 안을 설명하자 아베 총리는 "제대로 한·일 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면 진행해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말도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조치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6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도쿄를 찾아 '1+1(한·일 기업)' 안을 제안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거부했었다. 문 의장이 '1+1+α' 안을 처음 제안했을 때도 "일본 기업이 비용을 내는 것을 전제로 한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진행해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 역시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본 측 입장이 외교 라인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됐으며,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논의 중이란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있고 그들이 문 의장 안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 않다"면서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다만 그는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여지를 남겨 한·일 정부 간에 모종의 막판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이던 정경두 국방장관이 이날 오전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지소미아 문제의 주무 장관인 정 장관이 해외 순방에 나섰다가 급거 귀국한 만큼, 기존 종료 방침에 모종의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연장 여부는) 50대50인 상황"이라며 "상황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일본 NHK도 이날 "일본 정부가 물밑 협상을 통해 타개책을 모색하는 동시에 한국 측에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재고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NSC를 열어 지소미아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정리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의용(왼쪽부터) 실장과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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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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