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군 아버지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 '민식이법' 통과, 우두커니 서서 눈물만 흘렸다"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월 스쿨존 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과 관련해 안전 장비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이른바 ‘민식이법’이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김군 부모는 “법안이 통과돼 감사하지만 남은 과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김군 아버지인 김태양씨는 이날 아이들 하교를 준비하다 소식을 들었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김씨는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오늘 오후에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 좀 데리고 가기 전 미리 소식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됐다고 듣는 순간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고 했다.

행안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민식이법’은 김씨 측이 내놓은 법안과 비슷하다. 김씨는 “법안 내용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돼 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행안위 전체 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세 과정이 남았다. 20대 국회가 통과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김군 어머니인 박초희씨의 심경을 대신 전했다. “똑같이 많이 감사하고 감동하고 기뻐하죠. 하지만 앞으로 남은 과정이 또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열심히 해볼 것입니다.”

국회 행안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민식이법’을 의결했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민식군이 사망한 이후 스쿨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만들어진 법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달 13일 ‘민식이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 가중처벌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식이법’은 여야의 이견이 큰 쟁점법안이 아니었지만, 행안위 법안심사 소위가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첫 질문자로 지목된 김군 부모가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고 법안 처리를 눈물로 호소하면서 법안이 다시 주목 받았다. ‘민식이법’의 국회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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