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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기자24시] 국민연금, 이젠 실력으로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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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배당, 임원 보수 적정성, 경영진의 사익 편취, 이런 것을 판단하는 데 얼마나 대단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지난 13일 국민연금이 이른바 '나쁜 기업'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자리에서 한 패널이 밝힌 의견이다. 앞선 토론에서 이른바 '책임투자'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중점적으로 제기되자 비교적 뒤 순서에 발언한 패널이 볼멘소리를 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위 사안 외에도 기업이 유발하는 환경오염, 정규직 고용 등 사회적 기여, 지배구조 등 ESG 요소를 평가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5%룰 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 삭제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의 이사 인선, 보수 책정 등에도 개입할 수 있게 된다. 패널 토론 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책임투자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부정하는 분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단을 비롯한 청중에게서 대번에 추가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가상 펀드 등을 통해 ESG 투자를 검증했다고 하셨는데 투자 결과 공개가 가능한지요?" "임원 보수 적정성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보건복지부 측에서는 ESG 가상 투자는 공개할 목적으로 시행한 것이 아니며 임원 보수 기준은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투자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준을 요구하는 재계와 국민에게는 실망스러운 답변이다. 민간 위탁운용사가 투자설명회에서 이런 답변을 했다가는 한 푼도 유치하기 힘들다.

당위에 취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등한시하는 태도는 막대한 정책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고용·임금에 대한 인위적인 통제가 우리 경제에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7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을 수탁해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활성화 필요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결정 과정에 전문 민간 기업을 편입하는 등 노력을 통해 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인 주주권 행사 원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증권부 = 문가영 기자 moon3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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