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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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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소유자가 달라지면 문화재 명칭도 바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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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밀양 천황사 석조불상' 분쟁…문화재위 "이름 유지하라"

연합뉴스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가운데)
[문화재청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보와 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는 거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유재산 매매를 국가가 막을 수는 없어서 실제로는 경매에 출품하거나 사고파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다만 문화재를 구매해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미술품 경매 시장에 자주 나오는 문화재는 서적이다. 화봉문고가 오는 16일 진행하는 제58회 화봉현장경매에는 16세기 중반에 찍은 월인석보(月印釋譜)가 시작가 1억원에 등장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5년 9월 경매에서 다산 정약용이 남긴 유물인 '하피첩'을 7억5천만원에 낙찰받아 박물관 대표 유물로 삼았다.

불교 문화재는 신앙과 경배 상징물이어서 거래가 잦지는 않다. 그런데 2016년 경남 지역에서는 사찰 간에 불상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대상은 1995년 보물 제1213호로 지정된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남 사천에 있는 A사찰 주지는 밀양 천황사로부터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사들이기로 했고, 송사 끝에 지난 4월 소유권을 인정받아 불상을 본인 절로 옮겼다. 하지만 천황사 주지가 매매 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청구해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8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높이가 123.5㎝다. 현존하는 유일한 사자좌(獅子座) 불상으로, 비록 머리와 팔은 후대에 제작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은 "우아한 어깨, 당당한 가슴, 날씬한 허리, 얇은 옷의 표현으로 사실성을 높였다"며 "학술적으로도 신라 조각사에서 반드시 취급해야 할 중요한 불상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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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문화재청 제공]



한데 문화재청은 지난 8월 이 불상의 명칭을 바꿔 달라는 신청을 받았다. A사찰 주지가 소유자와 보관 장소가 달라졌으니, 이름을 변경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해 최근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지정 명칭 변경 안건을 검토했다. 하지만 결론은 현재 명칭 유지를 의미하는 부결이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에 "역사성과 장소성을 고려할 때 제작 당시부터 현 천황사 근처에 있던 불상으로 추정된다"며 "특별한 사유로 소유자나 관리자가 변동됐다 하더라도 지정 당시 명칭은 그대로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아울러 보물 제1621호인 '서울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 관리자가 지장암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바뀐 적이 있지만, 지정 명칭에는 변동이 없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문화재위원회도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밀양 얼음골이라는 장소성과 옛 사찰 터에 천황사가 세워진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명칭을 부여한 것"이라며 "이름을 문화재 역사와 무관한 사찰로 바꾼다면 보물로서 지정 가치가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널리 알려져 고유명사처럼 된 문화재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행정 혼선 최소화와 원활한 문화재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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