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아베, 작년 대법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첫 대면
GSOMIA 종료 19일 앞두고…일 ‘회담 제안’에 별 의미 안 둬
일, 해법 모색보다 ‘징용문제, 한국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
대화하는 한·일 정상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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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대화를 나눈 것은 13개월 만이다. 11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 첫 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일 정상 간 대화는 지난달 2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와 회담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지 11일 만이다.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 효력 발생을 19일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대화를 양측이 사전에 준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정상들과 환담했고,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옆자리로 인도해 환담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착석 대화’를 제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대화가 ‘우호적이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으며,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보다 격을 높여 강제징용 문제만을 다루는 고위급 채널을 만들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아베 총리가 긍정적으로 답을 했다는 취지다.
이날 대화는 한·일관계 경색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양측의 해결 의지가 높아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은 한·일 GSOMIA를 오는 23일 전에 원상복구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GSOMIA는 한국이 먼저 종료 의사를 밝힌 것이라 미국의 압력은 일본보다 한국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대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평가와 설명은 소극적이었다. 청와대 반응과는 확실한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만남의 성격을 단순한 ‘이야기’로 표현하면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양국 간 문제에 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일본 관방 부장관은 문 대통령의 ‘고위급 회담 제안’에 아베 총리가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며 긍정적으로 답한 사실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라고 말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일본 측의 이 같은 반응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과 관련, 일본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안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의 고수와 맞닿아 있다. 또한 일본의 태도는 한·일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쪽에 여전히 가깝다. 한·일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는 아직 매우 크다”면서 “양측이 서로 만족할 만한 협의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일 GSOMIA 복원 시한을 너무 의식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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