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대주주 요건은 혁신 걸림돌…ICT특성 고려해야"
"인터넷은행에 예외 안돼" 반론도…국회서 내달 논의 예정
게티이미지뱅크 |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 내 논의가 한창이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해 인터넷은행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취지다.
반면 금융사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데 대한 반대의견을 비롯해 특정 기업에 대해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금융분야)를 열고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월 대표발의한 인터넷은행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회 논의는 다음달 19일 법안소위에서 재차 이뤄질 예정이다.
개정안은 금융회사와 달리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된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빼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본적으로 현행법이 요구하는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이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과 관련된 요건은 삭제하고 금융 관련 법령 위반 요건만을 따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이다.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일 혁신금융서비스 출시를 유도하고 인터넷은행 인가 후 빈번한 대주주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도 낮출 수 있다.
지난 정무위 법안1소위에선 현 대주주 적격성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데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다. 소위원장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한정된 대주주 적격성이 아니고 더 폭넓게 다른 금융기관까지 포함해서 일반론적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법 개정 논의의 배경엔 케이뱅크의 유력 대주주 후보인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으로 대주주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케이뱅크는 증자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며 반 년가량 신용대출 등을 중단한 상태다. 올 6월 말 기준 BIS비율 자기자본비율은 10.62%로 은행권 최저다. 이대로라면 연말 경 케이뱅크의 BIS비율은 1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종석 의원은 특례법 개정 취지가 KT나 케이뱅크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KT뿐만 아니라 제3, 4 인터넷은행이 들어온다고 생각할 때도 이 기준은 계속 남는다"며 "특정 회사가 아니라 산업 진입에 있어서의 기준을 정하는 보편적인 룰을 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완화하는 걸 두고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 경실련, 전국금융노조,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은 지난 24일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준을 완화하는 건 금융회사 전반의 지배구조 원칙 훼손 시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금융회사 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 내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금융관련 법령 등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 등 범죄 이력이 있는 자들이 공공성이 핵심인 은행 등 금융회사의 지배권 확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만 예외를 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법안소위에서 "타 업권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점에서 법을 이렇게 맞춤형으로 풀어줄 때 향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도 한번 예측해 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김종석 의원은 "지난해 8월 인터넷은행 특례법 심의 과정에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의 경우 경미한 공정거래법 위반은 문제가 안된다는 금융위의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신규 진입에 경미한 위반 사건은 문제가 안 될 거라고 가정하고 법안이 통과됐는데 1년 지나고 보니 이게 결국 발목을 잡았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의 공공성 등을 고려해 대주주 심사요건을 완화하는 건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면서 "규제 문턱을 낮추는 논의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면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미성을 유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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