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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조국대전’이라는 미증유의 내전… 전선은 도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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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그 이후] ① 촛불이 던지는 질문

연재를 시작하며- ‘조국대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진영 내부’서도 진행된 말과 글의 전쟁

서초동·광화문·냉담층 모두

‘집단 서사’로 사태를 해석하고 행동

‘타락한 세계 맞선 의인의 수난기’ vs

‘권력 쥔 위선자의 사필귀정 추락기’ vs

‘혼돈·회의 얼룩진 환멸의 허무극’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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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내전이었다. 전선은 ‘진영과 진영 사이’에만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진영의 울타리 안에서도 흉기가 된 말과 글로 사생결단의 육박전을 벌였다. 적보다 어제의 동지를 미워하고, 위악의 망루와 자기 연민의 참호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총검을 들이대는 비릿한 살풍경이 도처에서 펼쳐졌다.

조국대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서 장관 임명, 사퇴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80일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겪지 못한 갈등과 혼돈의 나날이었다. 누군가에겐 열정과 분노로 점철됐을 이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실망과 냉소의 시간이었고, 진실을 둘러싼 일진일퇴의 공방이 거듭될수록 민심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선이 교착되고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은 몇가지 유형의 ‘집단 서사’로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서초동 시민들에게 이 사태는 ‘타락한 세상에서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려 분투했던 의인의 수난기’였다. 하지만 광화문에 모인 이들에겐 ‘권력의 가파른 절정에 도달했던 위선자의 사필귀정 추락 서사’에 다름 아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냉담자들에게는 ‘혼돈과 회의로 얼룩진 부조리 전위극’ 또는 ‘보편 윤리의 붕괴를 증언하는 환멸의 허무극’ 정도가 아니었을까.

법무부 장관 조국은 물러났어도 조국대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여의도·광화문의 아스팔트 위에서, 서초동 검찰청과 법원 청사 안에서, 식지 않고 이어지는 언론의 속보 경쟁 속에서 조국이란 기표는 뜨거운 상징이자 구호이며, 확인되어야 할 진실의 다른 이름이다.

이른바 ‘진보·개혁 진영’의 분화 역시 주목할 사건이다. 이 사태의 핵심이 현대사를 관통해온 권력관계의 기형적 불균형에 있다고 본 것은 대체로 ‘개혁세력’이란 이름으로 묶여온 이들이다. ‘검찰 공화국’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야말로 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시대 과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우리 사회에 깊게 파인 계급적 균열을 한층 심각하게 바라본 이들도 있다. ‘진보’의 정체성에 상대적으로 충실한 이들에게, 조국대전은 민주화 이행 뒤 격차를 키워온 생활세계의 계급적 이질성이 봉합 불능의 한계 지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사회적 증상에 가깝다.

조국대전이 우리 사회에 던진 문제는 이처럼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며 근본적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가. 광장과 정치는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 진영을 초월한 정치는 가능한가. 진보에게 도덕이란 무엇인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불평등의 세습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한겨레>는 조국대전 이후 한국 사회와 진보의 갈 길을 모색하는 시리즈 기획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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