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현안질의를 위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야당으로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론이 다시 제기됐다. 화성 화재 참사에 대한 직접적 책임보다는 최근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으로 불거진 이태원 참사 당시의 책임 문제가 이 장관 사퇴론과 관련해 더 많이 언급됐다.
행안위 소속 정춘생 의원(조국혁신당)은 2일 오전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을 불러 "장관은 이태원 참사 때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한다"며 "아직도 건재하시니 그 책임을 다시 묻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화성 배터리공장 사고뿐 아니라, 14명의 희생자를 낸 오송 참사는 공사 책임자만 처벌받고 재난안전관리에 책임이 있는 충북도지사·청주시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도 23명이 기소돼 3명만 유죄판결을 받았을 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그 책임의 정점에 있는 행안부 장관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헌법 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법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한 행안부 장관이 아무런 책임을 안 지고 꿋꿋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이런 참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윗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김 전 국회의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나눈 대화가 공개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하고 조작된 사건임을 배제할 수 없다,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억울한 일'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 이런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들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의 머릿속은 극우 유튜버들의 세계관으로 가득차 있다"며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의 생각을 믿으니 이 장관은 책임질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나라의 장관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에 기대서 지금 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아보카도 오일' 등 음모론 주장에 대해 "그 당시에 사고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 중에 이런 이야기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만약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직후에 사의를 표명했다면 오송 참사, 채상병 사건 등 정부의 무책임으로 얼룩진 일련의 비극들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화성공장 화재도 23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저는 제2, 제3의 화성 화재, 이태원 참사, 오송참사가 재발할까 두렵다"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이 장관은 재난 주무장관이고 재난중앙대책본부장으로, 이번 화성 사고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사고에 대해 관리도 하시고 책임을 지셔야 될 분"이라며 "(여당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이 기각됐기 때문에 더 이상 책임을 안 물어야 된다고 하는데, 장관은 정무직 아니냐. 국민들 65%가 이 장관이 물러나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 아닌가"라고 했다.
양부남 의원도 "김 전 의장 회고록을 보면 윤 대통령께서 '특정 세력의 조작·유도가 있었을 경우에 이 장관을 해임하면 본인이 억울하지 않느냐' 이런 말을 했다는데, 이 장관도 똑같은 생각 을 하고 계셔서 사임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이에 대한 항의가 나왔다. 이날 행안위 여당 간사로 선임된 조은희 의원은 "오늘은 화성공장 화재와 관련해 화재의 원인과 앞으로 재발방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여야가 합의해 현안질의를 하기로 했는데, 그 질의시간을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이 장관이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됐다고 정무직인 장관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마땅하냐 이러면서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그런 질의를 지금 화성공장 화재사건 희생자들이 들었을 때 어떻겠느냐. 참 참담한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마지막까지 제 소임을 다할 예정이고, 어떤 사고가 발생했다고 즉각 사임하는 것은 가장 낮은 단계의 책임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해서 어떻게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상식 의원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은 데 대해 "수습이나 예방과정에서 다소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야당 의원들이 앞서 여야 합의 없이 개최된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사과를 요구하자 "지난 21대(국회)에서도 여야 합의에 의한 위원회만 출석해 왔다. 국회의 그런 관행은 법률 못지않게 중요하고 지켜져야 한다"며 "앞으로 여야 의원들이 합의하는 일정에 따라 국무위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거듭된 유감 표명 요구에도 그는 "이미 말씀드렸다",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다"고만 했다.
이 장관은 화성 화재 참사에 대해서는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화성공장 화재 발생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범정부적 대응 체계를 가동했고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중대본부장인 제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현장상황을 관리한 바 있다. 현재는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해서 각종 지원사항을 안내, 제공해 드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장관은 "현장 수습과 더불어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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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화재사고와 관련해서는 여야 양측으로부터 소방당국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이번 화재는 정부의 무능과 사업자의 무사안일이 만들어낸 참사"라며 "화재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은 소화기를 들고 화재 진압에 나섰는데, 이 소화기 사용이 오히려 재난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노동자들이 사용한 소화기는 금속화재를 진압할 수 없는 ABC 등급의 소화기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지난 2020년 감사원은 소방안전 인프라 구축 및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서 소방청에 '소방청장은 소방기구 및 자동소화장치 등의 화재안전 기준을 개정해 화재유형에 금속화재를 추가하고 금속화재용 소화기에 대한 형식승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는데 (소방청은) 지난 5년 동안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청장, 화재 유형에 금속 화재가 추가됐나"라고 따져물었다. 허 청장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답하자 위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뭐하셨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화재발생 19일 전인 6월 5일 119안전센터가 현장에 가서 화재예방 안전 컨설팅을 실시했는데, 그 컨설팅을 하면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화재로 연결된 것 아니냐"고 허 청장을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수십 쪽에 달하는 형식적인 소방점검이나 현장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대응 매뉴얼은 준비가 없는 것과 다름 없다"며 허 청장에게 "화재발생 후 29초 만에 소화기 진화를 시도했고, 그 후에 42초 만에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확산됐다. 화재 현장에 소화기들은 있었지만 금속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소화기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결론적으로 이런 화재에 대한 대비책이 거의 없는 공장이었는데, 이 아리셀 공장은 지난 4월 15일에는 소방관서에 '화재 준비가 잘 돼있다'고 자체점검(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으로 많은 시설들이 소방 자체점검 통보를 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점검은 부족하고 너무 형식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조은희 의원은 "2017년 전북 고창 풍력발전 에너지 저장장치 화재부터 2022년 카카오톡 먹통사태를 초래한 데이터센터 화재까지 그간의 숱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그간의 대책이 주먹구구식,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식이지 않았나"라며 "발전소 화재 났다고 발전소 저장장치 문제만 보고, 데이터센터 불났더니 비슷한 곳들만 전수조사하는 그런 대책으로는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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