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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여가부, 윤지오 숙소·렌터카비 예산으로 지원하려다 막히자 차관이 익명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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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차관이 낸 기부금 100만원 가운데 15만여원 윤지오 숙박비로 집행
김 차관 "기부금 출처 처음부터 공개했다면 미담으로 회자됐을 것"
여가부가 산하 여성인권진흥원에 보낸 공문엔 숙박비 96만원, K5 1개월 렌터비 60만원

고(故) 장자연씨의 '생전 동료'이자 '유일한 목격자'를 자처하며 억대 후원금 모금을 하고 캐나다로 출국한 윤지오씨의 숙소 및 렌터카 지원을 위해 기부금을 낸 사람이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윤씨에 대한 숙박비 등을 예산으로 지원하려다 안 되자, 김 차관이 익명 기부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김 차관이 익명 기부를 할 당시 여가부 장관은 진선미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차관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현 정부 출범 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로 임용됐고 지난 2월 여가부 차관에 발탁됐다.

이런 사실은 23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김 차관이 윤씨에게 기부한 금액은 총 100만원으로, 이 중 숙박비로 15만8400원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 3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으로부터 숙소 지원을 받았는데, 무슨 돈으로 숙박비를 지원했는지는 그동안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여가부가 윤씨를 지원하려다 법적 근거 때문에 여의치 않자 여가부 차관이 기부금까지 내서 지원한 것이냐"며 논란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이 2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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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관의 윤씨에 대한 익명 기부는 여가부가 윤씨에게 숙박비와 렌터카 비용 등을 지원했는지에 대한 야당 의원 질의 과정에서 알려졌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윤씨가 고 장자연씨 (사건의) 목격자라고 본인이 커밍아웃하고 나서 경찰 보호를 받기 전까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보호를 했다. 무슨 근거로 지원한 것이냐"라며 "성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법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구성원에 대한 지원근거가 있다. 윤씨가 성폭력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봉정숙 여성인권진흥원장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아니지만 그 당시 이 사안이 중요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분(윤씨)이 지금 증언이 거짓말이라고 해서 경찰 소환을 받고 도망다니고 있다. 뭘 믿고 진흥원이 나서서 도왔냐. 앞으로 누구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증언을 하면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법적 근거도 없이 도와줄 것이냐"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희경 차관은 "숙소 지원과 관련해선 법률적 근거가 없어 예산을 쓰지 않았다"며 "(익명의) 기부금을 받았고, 사적 기부금을 여가부가 진흥원에 현금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당시 윤지오씨에게 기부한 사람은 나"라며 "당시 윤지오씨가 장자연 사건 관련 방송에 출연해 여성단체를 비판하고 검찰 진상조사단 출석을 앞두고 숙소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이 기부한 총액은 100만원으로 이중 15만8400원만 숙박비로 집행되고 나머지 84만1600원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의원은 "여가부가 예산을 쓰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아서 기부금을 만든 것 아니냐"며 "윤지오라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스타를 만들어 놓고, 지금은 경찰 조사를 피해 다니고 있는 아주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에 성폭력 피해자 등 여가부가 보듬어야 할 사람이 많은데 방치하고 있다.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여가부가 쓸데없는 짓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여성부 예산을 지원했는지에 대해 "검토 결과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 내가 예산 검토를 중단했다. 그래서 내가 사비를 내서 대방동에 있는 서울여성플라자에 3일간 숙박을 하도록 했다. (3월) 15일부터는 (윤씨가) 경찰 숙소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사적 기부이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기부금 출처를 물어봤을 때 (공개했다면) 이게 미담으로 회자됐을 것"이라고 했다. 김 차관은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제가 사적인 기부를 통해 윤지오씨한테 쓰이도록 한 것에 대해, 경찰 증인 보호 프로그램 시작 전에 임시 조치하면서 예산 쓸 수 없어서 사적 기부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한편 여가부가 애초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윤씨를 위한 숙박비·렌터카 등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이 공개한 공문 내용을 보면 여가부는 지난 3월 12일 ‘과거사 진상조사 관련 참고인 지원 협조사항 안’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진흥원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과거사 진상조사 관련 고 장자연 사건 윤지오 참고인이 요청서를 통하여 주거 및 이동, 신변 등에서 불안을 느껴 보호를 요청한 바, 숙소 및 차량지원 등에 대하여 지원 협조를 아래와 같이 요청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요청 내용으로는 주거 불안에 따른 안전한 숙소 필요, 증언 및 인터뷰 등에 따른 이동 수단 지원, 신변 보호를 위한 동행 조력자 요청이 담겨있다.

공문에 첨부된 지원 계획에는 지원기관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로 지정돼 있고, 지원대상은 윤지오(고 장자연 사건 증인)라고 돼있다. 지원 기간은 3월 12~29일 18일로 예상 소요 예산은 156만8000원이었다. 또 "안전한 숙소로 서울여성프라자 교육생 숙소의 공실을 대관"하도록 지시했다. 숙박 대관료 96만8000원, 차량임차료 K5 1개월 임차 60만원 또는 LF소나타 1주일 임차 35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김 차관은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지원 방안 검토를) 중단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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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윤지오씨에 대해 숙소, 차량 지원 등을 요청한 문서./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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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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