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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설리야 너무 미안해" 설리 발인 엄수…죽음의 악순환 '악플' 멈출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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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설리 유족 뜻따라 비공개 발인

생전 고인과 함께 활동한 멤버 빈소 지켜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악플 고통 호소

아시아경제

가수 겸 배우 설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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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가 25년이라는 짧은 생을 마치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영원히 떠났다.


고인은 생전 자신을 향한 수많은 악성댓글(악플)에 시달리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발인은 17일 오전 6시20분에 진행됐다. 발인식에는 설리의 유족과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및 지인들이 참석해 슬픔 속에 엄수됐다.


설리와 함께 그룹 'f(x)' 멤버로 활동했던 루나는 뮤지컬 '맘마미아' 활동을 멈추고 빈소로 향했다. 또 엠버, 빅토리아가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급히 귀국해 설리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특히 고인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아이유는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곁을 지켰다.


장례 기간 빈소에는 동료 가수와 배우들이 조문해 슬픔을 함께했다.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카라 출신 구하라·박규리, 유아인, 홍석천, 윤종신, 안재현 등 비보를 접한 동료들의 추모글이 이어졌다.


설리의 SNS에는 '미안하다', '정말 보고싶다' , '행복하세요' 등 국내외 팬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연예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사실 설리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악플로 인해 굉장히 고통받았다고 들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 B 씨는 "설리 정도는 아니지만 SNS로 악성 댓글에 시달린 적이 있다. 당시 무척 힘들었는데, 설리는 몇 배는 힘들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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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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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1만5천926건으로 전년 대비 약 19.3%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1만928건을 기록했다.


내용도 무차별적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6~2017년 약 1년 6개월간 1심 판결 사건이 선고된 온라인상 모욕죄 사건 376건을 분석한 결과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 경우는 119건(31.6%)이었는데, 이중 95.8%인 114건이 젠더혐오 표현으로 조사됐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성적 문란함을 표현한 악플은 56건, 외모에 대해 품폄은 22건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악플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인터넷 명예훼손의 경우 징역 3년 9개월로, 일반 명예훼손 2년 3개월보다 가중처벌하는 새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악플 유형이 다양하고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처벌이 쉽지 않다. 정까지 가더라도 대부분 초범을 이유로 벌금 100만 원 선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악플, 가짜뉴스 등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해도 사실상 소액인 벌금 처분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번 인터넷에 올라간 악플 등은 빠른 속도로 확대 재생산되어 2차 3차 피해를 만들어 낸다. 아무 근거도 없는 악플이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고통이 되는 악순환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악플이 위험수준이 넘었다고 진단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BS와 인터뷰에서 "(악플은)비단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고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만큼 SNS 의존증과 만능주의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설리 죽음을 계기로 강력한 악플 근절에 나섰다.


협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발전으로 사이버 공간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익명성에 기댄 사이버 언어폭력, 즉 악플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며 "근거 없는 악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매협 회원(사)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한 대응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연매협은 그러면서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것들에 대해 이제 가벼이 넘기지 않겠다"며 "악플러는 발본색원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법적 조치, 정부에 질의와 청원 등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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