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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대법원 “사랑의 교회 도로 점용은 불법” 최종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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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의 도로점용 허가

비례·형평의 원칙 위반” 판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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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논란 중인 서울 대형교회 ‘사랑의 교회’의 공공도로 점용이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서초구청은 사랑의 교회에 공공도로에 설치된 예배당 철거를 요구하는 등 원상복구 절차를 밟아야 한다.

17일 대법원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황일근 전 서울 서초구의원 등 서초구민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사랑의 교회에 대한 도로 점용과 건축허가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상고 기각 판단을 내렸다. “서초구청이 도로점용을 허가한 것은 구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원심 판단이 옳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서초구청(당시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사랑의 교회에 서초역 일대 공공도로인 참나리길의 지하공간 1077㎡를 2019년 12월31일까지 10년간 사용하도록 도로 점용과 건축 허가를 내줬다. 공공도로의 지하 부분을 사랑의 교회 예배당 일부로 사용해도 된다고 허가한 것으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는 서초구 주민 293명의 감사청구를 받아들여 “도로점용 허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서초구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황 전 의원 등 서초구민 6명은 2012년 8월 서초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2013~2014년 1·2심 재판부는 “도로 점용 허가권은 주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도로점용 허가 적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각하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2016년 5월 대법원이 “도로 점용은 주민소송 대상”이라고 판단해 사건은 다시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내졌다. 당시 대법원은 “사랑의 교회 도로 사용이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시 진행된 행정소송 1심(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과 2심(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은 모두 서초구청의 도로 점용 허가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초구청의 허가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예배당과 같은 구조물 설치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고, 그 유지·관리·안전에 상당한 위험과 책임이 수반된다. 또한 도로 지하 부분이 교회 건물의 일부로 영구적·전속적으로 사용되게 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며 “서초구청의 도로점용 허가가 비례·형평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서초구청의 허가가 잘못된 선례로 남아 도로의 지하 부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공중안전에 위협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원상복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서초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내용에 따라 조처하겠다. 원상회복 명령 등 구체적인 조처 내용과 시기는 법률 전문가 등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랑의 교회 예배당 일부는 철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회 쪽이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버티면 서초구는 도로점용 중지와 원상회복을 명령할 수 있고, 교회 쪽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설 수 있다. 행정대집행에 따른 비용은 구청이 교회 쪽에 청구한다.

불법으로 설치한 시설물 철거 비용은 391억원 정도로 분석된다. 설계업체 ‘티섹’이 2012년 11월 ‘사랑의교회’의 의뢰로 작성한 ‘사랑의교회 신축공사현장 서초대로40길 복원계획 구조검토의견서’를 보면, 그해 10월 기준 직·간접 공사비와 부가세를 포함한 원상복원 비용은 391억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티섹은 “복원 뒤에도 구조물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설계업체 ‘계명구조엔지니어링’도 사랑의교회의 의뢰를 받아 2012년 10월 작성한 ‘서초대로40길 복원계획 구조검토 의견서’를 통해 “복원계획은 충분히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실현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날 사랑의 교회는 ‘성도님들께 알려드립니다' 공지글에서 “최종적으로 ‘구청의 재량권 남용'으로 결론 내려지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랑의 교회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되 참나리길 지하점용 허가와 건축의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교회의 본분을 다하며 열린공간으로서의 공공재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나가겠다.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사항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 대안을 마련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한솔 이정규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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