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자동차 소유자가 차고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차고지증명제가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허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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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주차난 해소와 자동차 수요를 줄여 대중교통으로 이용자를 분산시키기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는 차고지증명제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급기야 국회에는 이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428조(자동차 관리에 관한 특례)에 따라 2006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2007년부터 차고지증명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차고지증명제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자동차의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이 기준에 따라 신차 구매나 소유권 이전 등록, 주소를 변경할 때는 개인은 주민등록지, 법인은 주사무소 소재지로부터 직선거리 1㎞ 이내에 차고지를 확보해야 한다. 2007년 2월 제주시 행정동의 대형자동차를 시작으로, 2022년 1월부터는 제주도 전역 경·소형 자동차까지 전면 확대했다.
제도 도입 17년이 지난 현재,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커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의 거주자들은 대부분 주차공간이 부족해 차를 사게 되면 차고지 증명 장소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이 때문에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차고지증명제 등록용으로 주차장을 연간 단위로 500만∼120만원의 비용을 내고 공·민영 주차장의 주차면을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6일 현재 차고지 증명제를 위해 차고지를 임대한 건수는 제주시 6457대, 서귀포시 2248대로 집계됐다. 또 자동차를 살 때 주차 시설이 있는 가족이나 친인척과 공동소유하거나 부부 중 한 명이 주차시설이 있는 곳으로 주소를 옮기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년째 연간 80만원을 주고 차고지 증명을 하는 김아무개(56·제주시 노형동)씨는 “1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 마치 자동차세 내는 것처럼 나가고 있다. 증명용으로 임대한 곳이어서 그곳에 주차하려면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며 “증명을 받기 위해서 이렇게 편법을 동원하는 제도가 과연 타당하냐”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차고지증명제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사돈에 팔촌까지 연결해 차고지를 확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위장전입과 같은 범죄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서라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에는 국회 전자청원 누리집에 이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 이아무개씨는 “차고지증명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1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없다. 주민 불편과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차별적 정책이므로 반드시 전면 폐지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올렸다.
제주도는 차고지증명제 관련 용역을 제주연구원에 맡겨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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