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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KBS 기자단체·3대노조 "성희롱 방송, 유시민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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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여기자 좋아하는 검사가 조국 수사 술술술 흘려' 방송 파문

KBS여기자회 "모든 여성 모욕"… 한국기자·여기자협회도 규탄

전문가 "반사회적 표현, 자정능력 없는 1인 방송 한계 드러내"

'조국 사건'을 취재해온 KBS 법조팀 여기자에 대해 성희롱 발언을 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KBS기자협회와 3대 노동조합, KBS여기자회가 16일 '알릴레오의 성희롱 발언을 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일제히 발표한 데 이어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기자협회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알릴레오'와 이를 운영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규탄했다. 지난 15일 알릴레오 방송 직후 성희롱당한 기자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악성 댓글이 이어지는 2차 가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유 이사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16일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고 입장문을 냈지만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성에 대한 저열한 성 인식 드러나"

지난 15일 저녁 6시부터 생방송한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패널로 출연한 아주경제 법조팀장 장용진씨는 정경심 교수의 자산 관리인 김경록씨를 인터뷰한 KBS 기자의 실명(實名)을 언급하며 "(그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고 했고, 개그맨 황현희가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좋아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장씨는 "검사는 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답했다. 방송이 문제가 되자 장씨는 "사석에서 많이 하는 얘기"라고도 했다. 이날 발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직후 KBS와 검찰의 유착 관계를 무리하게 부각하려다 나왔다. 장씨는 '알릴레오' 외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등에 법조 관련 패널로 출연해왔다.

KBS여기자회는 이날 '명백한 성희롱과 저열한 성 인식을 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당신들의 발언은 여성 기자들의 취재 능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고질적 성차별 관념에서 나온 말"이라며 "여성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모든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자회는 이어 "(장용진이 성희롱 발언을 한) 순간 출연자들은 즐겁게 웃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당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었을 당사자가 그 순간 느꼈을 모멸감을 짐작하는가"라며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몸을 뒹굴었다'고 하고, 바삐 움직이면 '얼굴을 팔았다'고 하고, 신뢰를 얻으면 '홀렸을 것'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당신들의 시각을 거부한다"고 했다.

KBS기자협회는 '알릴레오의 경악스러운 성희롱, 유시민은 책임 있는 자세 보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제작진은 (방송 후) 공지를 통해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문제의 내용을 삭제한 영상을 올렸지만, 성희롱 발언이 구독자 99만명의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을 통해 라이브로 여과 없이 방영됐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로 '2차 가해'까지

실제로 방송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해당 기자의 사진과 함께 '살랑살랑 아부 떠는 충실한 개' '정상인이 아니다' 등의 악플이 이어졌다. 성희롱 발언을 한 장용진씨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 글 역시 2차 가해를 부추겼다. 그는 "남자나 여자나 기자라면 취재원 또는 출입처랑 친해지려 하고 상대방의 호감을 사려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것이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여러 길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고 썼다. 이에 대해 '알릴레오' 방송과 유시민 이사장 지지자들은 '어제 방송 좋았는데 프레임이 성희롱으로 가버리네' '부지불식간에 나온 이야기지만 사실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같은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유능한 여성 기자는 여성성을 이용해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은 평소의 여성관을 반영한 것인가"라고 물으며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 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유린이었다. 진행자인 유시민 이사장은 해당 발언이 방송되는 동안 사실상 방관했다.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함부로 해선 안 될 반사회적 표현이었다"며 "알릴레오는 자정 능력이 없는 1인 방송의 한계를 보여줬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시민 이사장이 책임 의식을 갖고 그 자리에서 제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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