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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조국 물러나자…이번 주말엔 '공수처' 두고 좌우 勢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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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6일 "이번 주말(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조국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조국 수호'를 외치며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친여권 그룹은 19일 여의도로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의혹에 휘말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14일 물러났는데도 좌우 장외 세(勢)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국론 통합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장외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수호' 집회, 여의도로 옮겨 '공수처 설치' 요구 집회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촛불집회'를 진행했던 '검찰개혁 사법적폐 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범시민연대)는 오는 19일 오후 5시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친여권 인사들이 주도하는 범시민연대는 당초 지난 12일 서초동 집회를 마지막으로 촛불집회를 잠정 중단키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신 집회 목표는 조 전 장관이 물러난 만큼 그가 주장했던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범시민연대는 "검찰개혁·공수처 설치·패스트트랙 입법·한국당 수사 촛불문화제'를 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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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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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집회 장소를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옮긴 것도 공수처 설치법 등의 입법을 정치권에 압박하려는 의도다. 또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한국당 의원들의 검찰 출석을 촉구하기 위한 뜻도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열렸던 서초동 집회에서 사회를 봤던 개그맨 노정렬씨는 "10월 안에 국회가 할 일을 못하면, 여의도 한복판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의 입법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여의도 촛불집회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를 명분 삼아 야당에 공수처법 조기 처리를 압박하고 검찰에는 조속한 조국 수사 종료를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과 국민들께서 몸으로 만들어 준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면서 과도한 영장 청구와 소환조사를 한 검사에 대한 퇴출 방안 마련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두 달 가까이 끌고 있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결론내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여의도 집회는 당과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과 당 관계자들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퇴진' 관철한 한국당, 광화문서 '공수처 반대'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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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세종대로 일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촉구 및 정권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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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오는 19일 오후 1시 광화문에서 '(가칭)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문 정권의 경제‧외교‧안보 등 민생실패와 공정과 정의 실종을 국민에게 고발하고, 잘못된 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할 것"이라며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국민들에게 실상을 낱낱이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개천절인 지난 3일과 한글날이었던 9일 광화문에서 시민단체 주도로 열린 '조국 사퇴' 촉구 집회의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번 집회를 열지 여부를 놓고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회의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지난 9일과 12일 당 차원 집회를 취소·보류했었다. 당내 일부에서는 "조 전 장관이 사퇴했으니 장외투쟁을 계속할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반(反)조국 투쟁'을 동력삼아 정권 심판론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19일 집회를 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이 조 전 장관이 물러났는데도 장외 집회를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은 민주당이 공수처법 처리를 밀어붙일 기세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현 정권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가 발족하면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대부분을 가져가게 되고,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민주당의 공수처법 조기 처리 방침은 조 전 장관 일가(一家) 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극도의 국정 혼란 사태를 공수처법으로 덮겠다는 의도라 보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회 의석 분포상 한국당이 열세인 상황에서 장외 세결집을 통해 공수처법 저지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 대결 부추기는 정치권 무책임 비판

그러나 조 전 장관 사퇴에도 여야가 장외 세 대결을 계속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검찰 등 사법제도 개편 법안은 국회에서 토론과 타협을 통해 처리할 사안이지 장외에서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 되풀이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야 정당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에서 보았듯이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국민께 많은 염려를 끼쳐드렸다"며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 뜻을 밝힌 이철희 의원은 전날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 대해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야당을 상대로 충분한 설득과 토론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애초 야당과 약속한 '선(先) 선거법, 후(後) 공수처법 처리' 합의까지 뒤집고 공수처법 처리에 매달리는 것은 조 전 장관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보복·압박성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진영에서도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한국당이 일관성 있는 원내(院內) 전략 없이 눈앞의 현안 대응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공수처 설치는 현 정권의 대선 공약이고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때부터 국회 표결 등 시간표가 정해진 사안"이라며 "그 사이 대안을 갖고 여당과 협상하고 다른 야당과 공조 전선을 구축했어야 함에도 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당 전체가 '조국 퇴진' 관철에 집중하면서 공수처법이 왜 개악인지, 왜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당내 일부에서 평소에는 뭐하다 코너에 몰리면 장외로 나가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여야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거리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여야 모두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거듭하거나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서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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