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기획재정부 |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들어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콘트롤타워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미중무역전쟁 영향으로 수출은 매월 사상 최장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내수 침체까지 겹쳐 성장률은 1%대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정책당국의 인식이나 역량이 크게 못 미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책당국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리더십 부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2기 경제팀을 구성하면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콘트롤타워라고 선언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갈수록 청와대와 여당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실제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상당히 줄어드는 분위기이다. 기껏 예산의 집행이나 각 부처의 경제정책의 취합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근 제기되는 경제위기론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청와대로 경제콘트롤타워가 다시 이전한 듯하다.
문제는 경제에 대한 인식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3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경제위기론을 펴는 전문가들 의견에 강력하게 반박했다. 경제는 잠재성장률이라는 실력대로 가는 것이고 사이클(경기) 영향을 받아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것에 문제의 초점을 두면 부정확하다는 입장이다.
한 정책전문가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미중무역전쟁 이후 다른 여타 국가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국 의존도가 큰 점은 분명하지만 정책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영향도 분명히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 경제수석이 제기한 잠재성장률을 보더라도 앞으로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올해는 인구감소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분위기다. 획기적인 기술개발이나 열정적인 벤처들의 급부상이 눈에 띄이지 않는다. 당연히 잠재성장률의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라는 대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사이클 하강도 겹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는 "성장과 고용을 잡으려면 나가려는 기업을 잡아두고 소비를 늘릴 수 있어야 한다"며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반적인 단계에 비용을 추가하는 부담을 주는 방향을 잡고 있는데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 경제수석의 이야기대로 반등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는 있어 보인다. 정부가 슈퍼예산을 편성해 연초 집중투입하면 단기적으로 나아질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대증요법일 뿐 경제의 경제의 체질개선이나 메카니즘의 전면적인 혁신을 이루기는 어렵다.
금융 및 세제 등 세부적인 분야에서 개혁을 세부적으로 새롭게 이뤄나가야만 하지만 단순한 예산 투입만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는 무리한 실명제 강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그리고 해외금융사정에 무지한 정부와 기업들이 저지른 일이었다"면서 "그러나 그 근저에는 경기가 그래도 좋다던 당시 문민정부의 경기오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역수지는 악화하는데 늘어나는 자본수지로 벌충해 간신히 국제수지 균형을 맞추던 상황에서 반도체호황으로 착시현상을 믿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OECD가입은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었고 결국 나라경제가 IMF 관리 하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착시는 물론이고 구조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경제에 부담을 주는 특정정책만 추진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로 접어들면서 미중무역전쟁은 크게 격화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부동산규제에 적극 나섰다.
경제상황에 대한 완전한 오판이었고 잘못된 정책이었지만 당시에는 국무총리와 관련부처 장관은 물론 여당까지 대거 나섰다.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는 경제성적표였다.
지금도 이와 유사한 오판과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서 국책연구원장을 지낸 한 전문가는 "과거 국가 경제위기에 맞서 경제정책을 과감하고도 세심하게 전개하던 콘트롤타워가 그립다"고 말했다.
jbli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