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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점점 똑똑해지는 인공지능(AI) 펀드-코스피 0.58%(연초 이후) 뛸 때 수익률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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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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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9월 한때 21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는 10월 들어 다시금 2020~207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연초 이후로 봐도 코스피는 0.58%, 코스피200지수는 3.66% 상승하는 데 그쳤다(10월 7일 기준). 코스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1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6.3% 하락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발군의 성과를 내 눈길을 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상품. 인공지능 펀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투자자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알아서 돈을 굴려주고 수수료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아직 시장 태동기로 펀드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금융정보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총 12개. 규모는 작지만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 7.78%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하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키움증권과 하이자산운용이 함께 개발했다. 국내외 ETF에 자산의 60% 이상을 배분하는 펀드다. 주요 투자 지역은 미국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럽 국가와 일본 등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도 한다. 지난해 4분기 다소 부진해 1년 수익률은 -0.39%다(10월 7일 기준). 그러나 올해 들어 반등해 연초 이후 수익률 14.07%를 기록하며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전체 중 1위를 차지했다.

‘NH-Amundi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도 돋보인다. 수익률이 연초 이후 11.97%, 6개월 5.31%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엔진 ‘아이작(ISAAC)’을 활용해 글로벌 ETF에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상품 중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통화 등 다양한 자산군의 ETF 10~30가지에 분산투자한다.

국내외 ETF에 골고루 자산을 분산하는 ‘키움쿼터백글로벌EMP로보어드바이저’ 역시 양호한 수익률을 자랑한다. 키움자산운용과 쿼터백자산운용이 만든 국내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로 1개월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올 들어 주식형은 11.01%, 주식혼합형은 9.89%, 채권혼합형은 7.34%의 수익을 냈다. 장두영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데이터만 뒷받침된다면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바꾸는 큰 변화라도 과감하게 반영한다. 이처럼 심리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해 운용한 것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록한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가 중인 알고리즘 중에서도 상당수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테스트베드 인증이 상용화에 필수는 아니지만 신뢰성과 안정성을 검증받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등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접목한 상품을 내놓기 전에 코스콤을 통해 알고리즘을 검증받는다.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200지수가 5.92% 오르는 동안 테스트베드에 참가한 위험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익률 7.9%, 적극투자형은 10.2%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개별 알고리즘으로 보면 신한금융투자와 핀테크 스타트업 콴텍이 함께 개발한 ‘신한-콴텍 가치투자 주식형 3호’가 지난 2월 시범운용 시작 이후 누적 14.04%의 수익을 올렸다(10월 10일 기준).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뛰어난 성과를 내는 비결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상품에 비해 순발력 있게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자산배분에 주안점을 뒀다는 점도 눈여겨봄직한 요소다. 글로벌 ETF 등에 골고루 자산을 나누는 상품이 대다수인 만큼 시장이 불안정할 때 탄탄한 방어력을 선보인다.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은 편이다. 펀드 대부분은 설정액이 20억~80억원 사이다. 그나마 규모가 가장 큰 키움쿼터백글로벌EMP로보어드바이저 채권혼합형도 운용액이 약 110억원이다. 현재 모인 자금마저도 빠져나가는 추세다. 1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전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설정액은 116억원 줄었다. 장두영 대표는 “최근 들어 공모보다는 사모펀드에, 전통 자산보다는 대체투자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도입 초기 수익률이 다소 부진하며 소비자 관심을 끌지 못한 점도 시장이 예상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KEB하나은행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 규모가 2023년 25조원까지 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를 비롯해 최근 들어 인기를 끄는 대체투자 상품 상당수는 유동성이 낮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최근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과 소액으로도 전문적으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운용 경험이 쌓이면서 알고리즘이 고도화되고 수익률도 갈수록 개선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자산운용사가 아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펀드와 일임재산 운용 업무를 위탁받을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비대면 투자일임업을 하려면 자기자본 40억원을 갖춰야 한다는 요건도 폐지했다. 더불어 코스콤은 기존 8개월에 한 번씩 진행했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참가 신청을 지난해 9월부터 연 4회로 늘리고 올해 6월부터는 개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9호 (2019.10.16~2019.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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