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자사가 운영하는 모텔의 침구류 세탁을 세탁공장에 헐값에 맡기는 일명 ‘가격 후려치기’로 업계에서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야놀자가 운영하는 모텔 프랜차이즈 ‘호텔야자’ 외부(위)와 내부 모습 <사진 : 윤관식 기자, 야놀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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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놀자의 모텔 프랜차이즈 가맹점 ‘호텔야자’를 운영하는 A점주는 한때 야놀자 본사가 지정해준 세탁공장에 세탁물을 맡겼다. 에이치애비뉴, 호텔야자, 호텔얌 등 100개가 넘는 숙박업소를 거느린 야놀자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저렴한 가격에 세탁을 중개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놀자가 소개해준 공장은 세탁 품질이 영 안 좋았다. 얼룩이 깨끗이 제거되지 않거나, 맡겼던 세탁물이 분실되거나, 침구류의 이용 수명이 단축되고는 했다. 결국 A점주는 야놀자 지정 공장과의 거래를 끊고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다른 업체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자사가 운영하는 모텔의 침구류 세탁을 세탁공장에 헐값에 맡기는 일명 ‘가격 후려치기’로 업계에서 원성을 사고 있다. 야놀자와 거래하는 세탁공장 사이에서 ‘야자 단가’라는 말이 돌 정도다. 가격 협상력이 없는 생계형 세탁공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세탁을 해주는 대신,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쓰거나 세제 사용량과 헹굼 시간을 줄여 대충 세탁한다는 후문이다. 피부에 직접 닿는 이불이나 수건의 세탁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모텔 이용객 피해가 우려된다.
파주, 일산 등 경기 서북부에는 이른바 ‘세탁공장’이 즐비하다. 컨테이너로 가건물을 짓고 산업용 대형 세탁기 2~3대로 모텔, 호텔, 찜질방, 미용실 등 공중접객업소에서 나오는 침구류나 수건, 가운 등을 세탁해주는 일을 한다. 문제는 이들의 상당수가 당국에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한 세탁공장 창업 컨설턴트는 “국내 세탁공장의 적어도 3분의 1 이상은 불법운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세탁업 대신 섬유표백업 등 유사 업종으로 등록해 단속을 피해간다. 시 당국도 단속을 하면 너무 많이 적발될 것을 알고 있으니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법 세탁공장이 판을 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업계에서는 먼저 세탁공장 설립에 적용되는 환경 규제가 비현실적으로 까다롭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물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하수처리장에 방류하지 못할 경우 세탁공장은 자체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거나 하루 20t 이하로만 방류해야 한다. 이마저도 세탁 배출수에서 벤젠 등 특정수질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 시간당 1t 이상 폐수를 방류할 수 없다. 국민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당연한 규제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규제를 다 지키며 산업용 세탁업을 영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가건물에 중고 세탁기와 건조기 1~2대씩을 갖추고 세탁공장을 창업하는 데 약 1억원이 든다. 대개의 세탁공장처럼 하수처리시설을 갖추지 않고 불법으로 창업했을 때 기준 금액이다. 하수처리시설을 갖추고 합법적으로 운영하려면 창업 비용은 두세 배 이상으로 훌쩍 뛴다. 생계형 창업자가 많은 업계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당국 단속도 뜸하다. 파주시청 환경지도과 관계자는 “불법으로 운영 중인 세탁공장 리스트를 갖고 있지 않다. 지역을 알려주면 점검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새로 세탁공장업에 뛰어들려는 경우 불법 세탁공장을 알음알음 사들이는 것이 업계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불법 세탁공장이 늘어난 또 다른 주요 이유는 고객사의 가격 후려치기로 인한 만성적인 경영난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모텔, 호텔, 찜질방, 미용실 등 공중접객업소들이 세탁 용역을 맡기는 금액이 지나치게 낮다고 하소연한다. 파주에서 세탁공장을 운영 중인 공장주는 “세탁비가 30년 전 금액에서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예가 ‘야자 단가’다. 야놀자의 침구류를 세탁하는 공장 사이에는 공공연히 단가표가 돌아다닌다. 중(中)수건 1개당 120원, 대(大)수건 200원, 소(小)시트 350원, 이불(duvets) 커버 750원, 베갯잇 120원, 가운 400원 등이다. 야자 단가가 시세에 영향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야놀자 같은 대형 업체가 거래하는 가격이 다시 시세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파주의 한 세탁공장주는 “정상적으로 세탁공장을 운영할 수 있으려면 중수건 180원, 대수건 300원, 소·중시트 600원, 이불 커버 1200원, 베갯잇 200원, 가운 600원은 받아야 한다. 야자 단가는 정상가격에 비해 30~40% 낮은 가격이지만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이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의 또 다른 세탁공장은 세탁물을 자동으로 다리고 개는 기계의 가동을 아예 중단한 상태다. 이 공장주는 “기계를 돌리려면 적어도 세탁물을 넣는 인력 2명, 받아서 묶고 정리하는 인력 2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시세로는 도저히 인건비가 나오지 않아 5000만원가량 주고 산 중고 기계인데도 할 수 없이 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비용 절감을 위해 세제를 정량보다 적게 쓰거나 독한 세제를 쓰거나 세탁 시간을 줄이는 공장이 적잖다. 내국인은 3D 업종이라 기피해 동남아, 러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숙식을 제공하며 고용한 곳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세탁공장의 또 다른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하수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세탁공장들은 세탁 배출수를 그대로 방류, 이 중 일부가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야놀자가 세탁공장들과 거래하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상장 전 흑자전환을 위한 ‘마른 수건 짜기’식 긴축경영이란 해석이 나온다.
야놀자는 최근 3년간 호텔나우, 레저큐, 프렌트립, 우리펜션 등 여행·레저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사세를 급속히 확장했다. 그 결과 연결 기준 매출이 2017년 545억원에서 지난해 1213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 1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단,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116억원에서 168억원으로 45% 급증한 것이 아픈 손가락이다. 야놀자는 늦어도 2022년을 상장 시한으로 못 박고 대표주관사(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를 선정,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상장 시 1조원을 넘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지상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흑자전환은 못하더라도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야놀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임원을 영입할 때도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연봉은 업계 평균 수준으로 주더라.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성공적인 상장에 경영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귀띔했다.
수익성이 낮은 오프라인사업부도 자원 투입을 줄이는 분위기다. 야놀자는 원래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가 사업 전반을 총괄했지만 올 초 온라인(숙박앱)사업부와 오프라인(모텔·여관 프랜차이즈)사업부로 나누고 오프라인부문 대표로 김진정 전 테슬라코리아 대표를 영입한 바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사업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지난 9월 김진정 전 대표를 고문으로 옮기고 김종윤 부대표가 다시 온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놀자 측은 “김진정 전 대표는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물러난 것이며, 파주 세탁공장들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야놀자 측은 “일부 가맹점주가 일부 파주 세탁공장과 거래 중이기는 하지만 이는 점주가 직접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한 후 진행하는 건으로, 본사는 관여하지 않는다. 점주는 업체에서 제시하는 시장 평균가에 따라 거래했을 뿐이고 본사는 업체들의 불법행위를 몰랐다. 야놀자는 해당 업체들의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즉시 거래를 종료하고 제휴업체에도 거래 중단을 독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9호 (2019.10.16~2019.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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