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매경시평] 양손잡이 조직으로 혁신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요와 총공급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경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2020년 성장률도 3저 현상(저물가, 저금리, 저성장) 심화 등으로 2%에 미달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은 매우 어둡다. 주요 경제 지표에서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는 결과가 나타나면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무역 제재, 노딜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 등 한국 경제를 괴롭히는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이런 영향들로 인해 한국의 수출 경기가 어둡고 내수, 투자, 고용마저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저성장 고착화의 덫에 놓인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의 축인 산업경쟁력 위기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과거 주력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그 공백을 메워줄 신산업 부재로 한국 경제는 혼란기를 겪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우리 주력 수출 산업들이 고전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의 산업경쟁력 지수를 보면 한국은 2014년 4위에서 2016년 5위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한편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기술 혁신에 따라 산업 구조와 시장 환경이 급변할 뿐만 아니라 기술 혁명의 성패에 따라 국가 간 위계가 재편되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따라서 기술 패권 장악을 위한 공세와 견제의 심화가 예상된다. 무역전쟁 이면에 감춰진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경쟁력 추락과 글로벌 대격변 시대를 맞는 우리는 잘 대응하고 있는가. 대응하지 못한다면 장기 불황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은 경제 성장과 발전의 주요 동인이다. 조지프 슘페터의 혁신 이론, 신고전파 이론, 내생적 성장 이론, 진화 이론 등 혁신과 성장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 따르면 혁신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보다 나은 일자리가 창출되며, 혁신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져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 로버트 덩컨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과 교수가 최초로 제시한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 필요하다. 양손잡이는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혁신 전략 관점에서는 기존 제품 개선의 '활용'과 신제품 개발의 '탐색' 전략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은 항상 불확실성이 따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적인 산업 정책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혁명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즉 기존 제조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모색해 신시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진해야 한다. 혁신 기업이라고 불리는 애플, 다이슨 등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동시에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을 증대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저성장기 극복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되 늘 혁신을 수행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규제 개혁과 기술 혁신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존 기업과 신생 기업 간, 산업 간, 집단적 이해관계 간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서로 다른 집단들 사이의 '구조적 공백'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통해 충돌을 완화하고 협력을 이끌어내서 국가 전체의 성과를 내야 한다. 경제 성장이라는 공통적 목표를 가진 국민 모두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