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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기고] 자기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원자력 두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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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주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소동이 있었다. 월성1호기의 영구정지 관련 심의에 이의가 제기되는 바람에 토론 자체가 미루어졌다는 소식이다. 작은 일이지만, 전후관계를 볼 필요가 있는 역사적인 일이기에 사실 중심으로 되짚어 보고자 한다. 원안위의 설치법령은 "독립성 및 공정성을 유지하며,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행에 노력"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기에 원안위는 안전성 평가에 근거하여 살아 있는 권력의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원전 운영을 승인할 수도, 중지시킬 수도 있다.

11일 의결의 주문사항은 월성1호기를 안전하게 해체하고 영구정지하는 운영계획을 심의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월성1호기는 2017년부터 운전정지되었고, 운영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통해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던 바 있다. 이 안건에 대해 위원회 안에서 고성과 비난이 있었다. 국회의 요청으로 감사원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경제성에 대해 타당성을 감사하는 기간 중임에도 원안위가 애초부터 조기폐쇄를 전제로 후속 조치를 논의하려 했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원자력 진흥활동의 안전성을 규제·감독하는 독립기관인데, 최근의 행보들은 원전을 정지시키는 것만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다.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는 전 세계에 49기가 가동 중인데, 설계 수명이 다한 26기 중에서 25기가 계속운전을 결정하였다. 월성1호기는 2012년 운전허용 기간 만료 이전부터 사업자와 시민단체 사이의 많은 논란을 거쳐 2015년 계속운전이 승인되어 운영되었던 원전이다. 2016년 정기검사에서도 운영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원안위가 확인하였다. 2017년 일부 시민단체가 제기한 승인무효 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도 서울고등법원이 기각 결정을 하였다. 사실상 어느 누구도 안전성을 문제 삼아서 원전을 멈출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2017년 5월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운전정지 상태로 방치하다가,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는 7000억원을 들여 새로 고친 원전을 멈추기로 하였다. 발표된 결정 이유들은 추가 안전설비에 투자가 필요하고, 강화된 규제하에서는 이용률이 낮아질 것이라 경제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전환 정책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8월에 분석한 '월성1호기 계속운전 경제성 분석' 자료에서는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실시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원전폐쇄를 결정한 경제성 평가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아직도 응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원안위나 한수원이나 현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에너지전환로드맵을 무조건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는 숨은 고백을 읽어 낼 수 있다.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원안위와, 공기업의 이익을 키워 국민 복지에 기여해야 하는 한수원이 대통령 공약에 휘둘리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설사 규제를 턱없이 강화하여 원전 운전이 예전처럼 수월치 않게 되더라도 원전은 석탄·가스·태양광·풍력에 비해 훨씬 경제성이 있다는 점을 왜 외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탈원전이라는 강력한 대통령 공약을 만든 사람들은 이제 답해야 한다. 한국원자력학회의 4차례 조사에서 70%의 국민은 원전의 유지, 확대에 찬성했다. 이들에게 설명할 사실적 근거는 무엇인가.

[김명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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