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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충무로에서] 국론분열 절감한 서초동 시위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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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토요일 조국 법무부 장관 찬반 집회에 와이프와 함께 나갔다가 인파에 파묻혀 잠시 이산가족이 됐다. 공교롭게도 휴대폰을 집에 놓고 와서 연락이 안 됐고, 결국 찾기를 포기하고 혼자 귀가해야만 했다.

내가 이날 걸었던 국립중앙도서관부터 서초역까지는 '조국 사퇴'와 '검찰 개혁'을 각각 외치는 무리가 도로를 절반씩 장악했다. 반면 서초역~교대역 구간은 조국 수호를 내건 사람 일색이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친정부 시위자가 훨씬 많았던 셈이다. 하지만 한 발짝을 내딛기 힘든 혼잡 속에서 내 머릿속은 국론 분열의 실체를 새삼 느끼면서 안타까움이 커져 갔다.

시위와 무관하게 현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두 집단이 서로 마주한 채 격렬히 싸우는 모습에 나라가 두 동강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맞고 틀린지를 떠나 첨예한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양측 간 감정은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자기편 참가자 숫자가 더 많다는 둥 내년 총선 득실을 계산하느라 바쁘다. 만일 청와대와 여야가 조국 사태를 현실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방치하고 있다면 이는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 시위 현장을 수차례 다녀봤다. 2004년과 2014년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우크라이나 시민혁명 때는 광장에 가득 모인 현지인과 함께 정부 퇴진 구호를 외쳤다. 루마니아에서 부패 관리 척결을 요구하는 시위와 모스크바의 반푸틴 시위, 키르기스스탄 반정부 집회가 열렸던 곳도 가봤다. 시위대에 맞서는 형식적인 관제(管制) 데모는 늘 일어났지만 우리처럼 서로를 원수로 보면서 죽기 살기로 싸우지는 않았다.

조 장관을 통해 검찰 개혁을 완수한다 해도 이번 일로 서로를 물고 뜯는 국론 분열이 심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정부로서는 답보 상태에 놓인 남북 간 화해와 통합을 도모하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념 갈등 때문에 국민이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뉜다면 남북 분단만큼이나 남남 갈등을 치유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무엇보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현실에서 우리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이 같은 분열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본 경제 보복으로 커진 울분을 국민 단합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힘을 빼는 데 매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느 나라가 속으로 웃고 있을지는 뻔하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분란을 가속하는 꼼수를 멈추고, 사태 해결을 위해 결단과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과학기술부 = 김병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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