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산재 인정 74%까지 늘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로 산재 인정범위 더욱 폭 넓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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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왜 전화를 안 쳐받아? 내가 너희가 좋아서 전화하냐? 일부러 안 받는 거지? 너 이 ××새끼야.” 상사의 부재중 통화가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돌아온 말이다. 상사의 욕설과 폭언은 상습적이었다. 직장인 ㄱ씨는 “지난달부터 직장 내 폭언으로 손이 떨리고 불안이 심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례 #2.
중소기업 5년차 사원인 ㄴ씨는 일주일에 평균 3~4일씩 야근을 하는 격무에 시달리다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석달 무급휴직을 신청한 ㄴ씨에게 “휴직 기간을 두달로 줄이라”며 상사는 폭언을 쏟아냈다. “아픈 건 개인적으로 아픈 거다. 그럴 거면 개인사업을 해라. 네가 복귀해도 팀 내에서 너를 반길 사람은 없다. 다른 팀으로 복귀해라.”
폭언을 들은 뒤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불면증, 구내염, 포진, 스트레스성 위염 등 후유증이 이어졌다. 자해 시도에 자살 충동이 뒤따랐다. “회사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했습니다. 결국 정신과 진료까지 받게 됐습니다.”
150명의 노동 전문가들이 꾸린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9일 공개한 직장 내 갑질 피해 사례 일부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7월16일부터 9월30일까지 직장 내 갑질 피해 사례를 제보받아보니, 실명으로 제보된 712건 중 갑질로 생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13.8%(98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제보에서 상사의 트집으로 공황장애가 오거나, 모욕으로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고, 심지어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뼈가 부러지거나 몸에 병이 와야만 ‘산업재해’가 아니다. 직장 내 갑질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업무 중 발생한 정신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보면, 정신질환 관련 산재 신청 전체 건수 중 인정 비율은 2014년 33.3%였다가 2017년(55.9%)에는 두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73.5%까지 올랐다.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질병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고 규정한 만큼 정신질환의 산재 인정은 더욱 폭넓게 이뤄질 전망이다. 최승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실제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보니 법 개정 후 갑질로 인한 정신질환을 산재로 신청하는 비율과 인정하는 비율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산재 인정을 위해선 “직장에서 이뤄진 갑질 내용을 주치의사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노무사는 “산재 신청을 하려면 갑질이 정신질환의 원인이 됐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갑질 피해 증거와 진료 기록을 모두 구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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