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자녀와 함께 하는 무지개축제가 열린 서울숲공원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담은 깃발을 흔들며 풍물패와 길놀이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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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 |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우리의 신체와 마음건강을 위해 충분히 놀고, 쉬고, 잠을 잘 수 있도록 보장해 주세요.” 지난 8월 아동권리 보장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만난 아동이 외친 생생한 목소리다.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 마주할 기회가 많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나이와 성별이 다양한 아이들과 마주하는데, 만날 때마다 놀라운 건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권리와 의무, 책임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이를 말할 준비도 되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어른들은 “애들이 알긴 뭘 알아”라며 아동의 의견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동을 위한 제도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굿네이버스에서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에서도 생명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등 4대 아동권리 중 참여권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20일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정일로, 올해는 우리나라가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33년이 되는 해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담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인권조약으로 각 나라에서 아동 상황을 개선하는 노력의 기반이 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5·6차 심의에서 비차별, 아동의 견해 존중 등 아동권리 침해 상황에 대한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국에 권고한 바 있다. 이후 정부와 민간단체가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최근 출생 통보제가 도입되어 기본적인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진전이 있었고, 민간 차원의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와 지원활동도 계속됐다.
그렇다면 아동이 가장 필요로하는 제도와 정책은 무엇일까.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 3월 굿네이버스가 발표한 ‘아동 참여 정책 제안 설문조사’ 결과에서 아동이 바라는 공약 1위는 놀이와 여가 시간 확대였다. 또 조사에 참여한 아동의 44.6%는 놀이와 휴식, 여가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잘 먹고, 잘 자는 것만큼 잘 노는 것도 중요한데, 놀 권리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아동의 신체와 정서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굿네이버스와 넥슨재단, 메이플스토리는 아동의 바깥 놀이를 독려하고, 안전한 곳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공공형 놀이터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풍잎 놀이터’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노후화된 공공형 놀이터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놀이터의 주인인 지역 어린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잘 놀고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아동의 권리증진을 위해 필요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앞서 이야기한 아동 건강과 놀 권리 증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기후위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아동 보호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 모든 제도와 정책의 시작은 아동의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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