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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하나은행, DLF 관련 내부자료 삭제…금감원 "포렌식 복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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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현황 파악, 내부 참고용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 삭제" 해명

세계일보

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 판매 금융사 규탄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DLS·DLF 피해자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당국에 DLS 판매와 관련한 엄정 조사와 계약 무효임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우리은행 측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 배상 등을 촉구했다. 뉴시스


하나은행이 대규모 손실 사태를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들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을 상대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에 갔을 때 전산 자료가 삭제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금감원의 실무 책임자인 김동성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포렌식 요원을 투입해 복구 중”이라며 “퍼센티지(복구율)나 건수는 정확히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금감원은 관련 인력과 장비가 없어 금융보안원의 도움을 받아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금보원 측은 “정보 보호와 포렌식 등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검사를 보조한다”고 설명했다.

지 의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DLF 관련 자료 삭제 정황은 금감원이 최근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착수했을 때 파악됐다.

삭제된 자료는 금감원 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열린 내부 회의 자료와 판매 관련 통계자료 등이다.

삭제 시점은 금감원이 합동검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 8월 초다.

지 의원은 ”조직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면 검사 방해”라며 “우리은행은 성실하게 검사를 받는 반면, 하나은행은 자료 제출도 허술하고, 협조가 불성실하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 자리에서 ”(검사 방해가 있다고) 그렇게 들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검사도 더 하고, 법률 검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에 연루돼 금감원의 검사 때도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

당시 금감원은 금보원의 도움을 받아 하나은행의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이를 복원해 비리를 밝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현황 파악, 내부 참고용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 삭제한 것“이라며 “검사 계획이 확정·발표되기 전에 이뤄졌다”고 증거 인멸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이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복합판매의 피해사례가 십년이 넘도록 재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은행에서는 안정추구형 금융 소비자에게 위험한 파생상품을 사실상 사기에 다름없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어 “은행이 탐욕을 위해 금융 소비자들을 제물로 삼았다면 이를 제어할 금융위원회의 정책 실패가 이 사태를 만든 것이고, 금감원의 감독 실패가 이 사태를 확산시킨 것”이라며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금감원이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이러한 결과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전에 알았으면 현장을 검사해 내부통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중단시켰어야 마땅하다”며 “이번 사태의 주범은 은행이지만 공범은 금융위와 금감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금융산업 정책 기조를 은행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겸업주의에서 전업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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