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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매경시평] 실패한 경제정책 못 바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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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민간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대외여건도 어려워져 많은 경제전문가가 우려하고 있다. 곧 붕괴 순간이 올 것처럼 극단적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왜 이런 인식 차이가 존재할까.

인식 차이는 경제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경제의 뜻과 집권세력이 생각하는 경제의 뜻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성장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 취약계층에도 기회를 주고 소득 분배가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경제'를 의미하기에 현재 경제 상황을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고, 집권세력 머릿속에 있는 경제는 '성장을 못해도 일자리가 줄어도 똑같이 나누는 것이 우선인 경제'이기 때문에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대통령 측근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석상에서 사회주의를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주도하고 직접 발표한 헌법개정안도 시장경제에서 멀어지는 사회주의적 냄새가 짙게 풍겼으니 놀랄 일도 아니고 문재인정부의 이념적 지향점이 어딘지 긴가민가하던 국민 앞에서 공식 확인해준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학교 무상급식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의 뇌리에 절대평등의식을 심으려 집요하게 노력하고, 자유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며 재벌과 노숙자에게 똑같은 금액으로 수당을 주려는 고집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는 이해가 갈 것이다. '아이들 밥 한 끼 마음 편하게 먹이자는데 쩨쩨하게 시비 건다'고 했는데, 한 끼가 아니고 12년간 2000끼가 넘는다. 게다가 마음 편히 밥 먹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분명히 있고 부잣집 아이들 공짜 밥 먹이는 돈을 가난한 아이들에게 지원하면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은 애써 외면했다.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추구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도 모든 국민에게 폴리코사놀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쿠바식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을 염두에 둔 이념 행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를 찬양한 발언, 북한 정권에 봉직한 사회주의자를 국군의 뿌리라고 선언한 발언이 남북통합·민족통합 관점에서 이뤄진 화합 제스처가 아니라 이념적 지향점을 드러내놓고 국민을 교화시키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사회주의하겠다고 공약에 명시하였는가? 아니면 구두로 동일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떻게 되느냐는 문재인 정권과 한국 경제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득주도성장정책과 무분별한 복지확대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고, 집권 2년 경제 성적표도 너무나 초라하다. 경제전문가그룹 조사에서 상당수가 F학점을 매겼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정책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이 늘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정부의 행보와 지향점이 집권세력 마음속에 있는 목표와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베트남, 라오스에 이어 쿠바, 북한까지 시장경제를 수용하려는 시대에 시장경제에서 멀어지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보다. 한국 경제가 무너지면 어떤 미사여구를 써도 시대착오적 행보를 합리화할 수 없다. 국민 권한을 대리 행사하는 정부가 말로는 국민 권한을 돌려드린다면서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거부하는 건 대의민주정치의 기본을 허무는 약속 위반이다. 집권세력이 '국민은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임을 온몸으로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국 경제가 헤어나오기 어려운 수렁에 빠져 있을 것이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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