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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닻 올린 부산영화제…국경 뛰어넘어 하나 된 아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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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까지 열흘간 남포동 등서 행사

개막작은 카자흐스탄·일본 합작극

중앙일보

부산국제영화제가 3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 일정에 들어갔다. 사회자인 배우 정우성과 이하늬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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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일 막을 열었다. 이날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은 국경을 뛰어넘은 화합의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의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 일본의 리사 타케바 감독이 공동 연출한 양국의 이례적인 합작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 말 도둑들에 아버지를 살해당한 소년이 어딘가 자신과 닮은 낯선 남자와 함께 아버지를 죽인 말 도둑들을 맞닥뜨리는 얘기다. 드넓은 초원에서 수십 마리 말과 질주하는 광활한 장관, 서부극을 닮은 총격 액션이 ‘카자흐스탄판 서부극’이라 할 만하다.

개막식 전 기자회견에서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최근 일본은 중앙아시아와 공동제작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합작은 자신이 그런 일본 측에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됐다고 밝혔다. 타케바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에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 평소 한국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중앙아시아는 하루아침에 구소련에서 해방되고 국가가 재건되는 과정을 통해 뭔가 아버지를 잃은 미아가 된 듯한 심정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를 소년이 겪는 상실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배출한 ‘부산 키드’이기도 하다. 2015년 장편 데뷔작인 코미디 영화 ‘호두나무’로 그해 최고의 아시아 신예를 발굴하는 뉴커런츠상을 차지했다.

오후 7시쯤 배우 정우성·이하늬의 사회로 시작된 개막식에선 미얀마 카렌족 난민 소녀 완이화의 노래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합니다’가 울려 퍼졌다. 카렌족은 정치·종교적 이유로 중앙정부에 탄압받는 소수민족으로, 완이화 양 가족은 3년 전 한국에 와 지난해 난민자격을 획득했다. 이날 공연엔 소양보육원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브룩 킴의 연주와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로 구성된 안산문화재단 ‘안녕?! 오케스트라’ 등 240여 명의 하모니도 어우러졌다. 부산영화제 측은 “민족·국가·종교·성·장애를 뛰어넘어 하나 된 아시아로 도약하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 영화 발전에 공헌한 영화인에 주는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은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돌아갔다. 그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 등 여러 가족영화로 인간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해온 아시아 대표 거장으로 손꼽힌다. 아베 정권 등 일본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아시아 영화 발굴의 기치를 내세운 올해 부산영화제에선 85개국 299편 영화가 폐막일인 12일까지 열흘간 선보인다. 은막의 스타 김지미가 4일부터 사흘간 시민과 호흡하는 남포동 도심 행사는 예년보다 커졌다. 해운대 해변에 자리해 매해 태풍 피해를 겪었던 야외 행사장 ‘비프빌리지’는 영화의전당으로 옮겼다. 레드카펫엔 뉴커런츠 심사위원장 마이크 피기스 감독(‘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회고전이 마련된 정일성 촬영감독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이병헌 감독과 배우 안성기·류승룡·정해인·조정석·천우희·박명훈 등이 참석했다.

부산=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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