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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2016년 朴정권의 '특별감찰관 압박'과 갈수록 닮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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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병우 감찰 때나, 현 조국 관련 수사 때나 / 본질은 따로 있는데… '언론 유출 의혹'만 문제삼아 / 문 대통령 발언, 2003년 노 대통령 발언 연상케 해 / 사실상 '불신임' 표명?… 검찰총장 향후 대응 '주목'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벌어진 코미디 같은 일들 중 단연 압권은 자기네가 임명한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국기문란사범’으로 몰아 내친 행태다. 2016년 8월19일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 “국기를 흔드는 일” 등 험악한 표현을 쓰며 이 감찰관을 강하게 압박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청와대 발표 직전 이 감찰관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 가족에 관해 불거진 여러 비위 의혹의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사안의 본질은 우 수석한테 잘못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청와대는 ‘이 감찰관이 감찰 진행 과정에서 그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한 의혹이 있다’는 점만 시종일관 문제 삼았다.

◆본질은 따로 있는데… '언론 유출 의혹'만 문제삼아

거의 3년이 지난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한테 사문서위조 등 혐의점이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인데도 그 점에는 아예 눈을 감은 채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 의혹만 물고 늘어지는 현 문재인정부 청와대 일부 관계자,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의 행태와 ‘판박이’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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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비리 의혹이 불거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그를 감찰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쫓겨난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 이전의 검찰, 그러니까 박근혜정권 눈치나 보던 옛 ‘정치검찰’은 신속히 움직였다. 현직 고검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이 감찰관을 정조준했다. 특별감찰관실은 사실상 와해되고 말았다.

아니, 검찰 수사 때문에 감찰관실이 박살난 것은 아니다. 그 전에 이미 힘을 잃고 위신도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대통령 측근의 비리 의혹을 감시하라고 특별감찰관실을 만들어 놓고선 정작 그 감찰관실이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우 수석을 겨누고 나선 순간 박 대통령은 되레 감싸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이 감찰을 받는 측근을 두둔하고 나선 마당에 감찰이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오죽하면 우 수석은 이 감찰관한테 ‘형, 어디 아파?’라는 모욕적인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의혹만으로 민정수석을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청와대를 향해 이 감찰관은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박근혜) 정부 방침 아닌가”라는 자조 섞인 항변을 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 감찰관은 2016년 8월29일 자신을 임명한 박 대통령한테 사표를 제출했다. 박 대통령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랬는지 한 달가량 미루다가 그해 9월23일에야 이를 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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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9일 ‘검사와의 대화’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실상 '불신임' 표명?… 검찰총장 향후 대응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총장을 “우리 총장님”이라고 깎듯이 부르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약 2개월이 지난 30일 문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윤 총장한테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굳이 ‘지시’라는 표현을 써 단순히 ‘당부’나 ‘권고’가 아닌 ‘명령’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에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문제가 많다’는 노골적인 지적이나 다름없다.

이쯤되면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전국에 생방송된 ‘검사와의 대화’ 도중 노 대통령이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을 향해 “지금 검찰 수뇌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 민정수석 자격으로 그 현장에 있었다. 대통령의 ‘불신임’ 운운에 충격을 받은 김 총장은 즉각 사표를 냈다.

겨우 2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대통령의 태도를 접한 윤 총장으로선 16년 전 김 총장의 사례나 불과 3년 전 이 감찰관이 겪었던 일 등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향후 윤 총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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