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청와대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지난 8월 중순 외교 루트를 통해 ‘중국이 한·일 갈등 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여부 통보 시한인 8월 24일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는 중국의 역할에 기대감도 있었지만,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중국 측의 중재 의사를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결국 중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27일 오사카 웨스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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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 한국의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한·일 대립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중재에 응한 한국을 (중국) 영향 아래 두고, 미국의 존재감을 약화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중국이 긍정적으로 파악했다고 들었다"며 "중국의 중재 제안은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 있다"고 부연했다.
신문은 또 "중국의 중재 타진에는 한·일 갈등이 중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피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분석도 소개했다. 반도체 부품 공급망 마비 등 악영향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침체된 중국 경제에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는 또 한국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후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연장 △실질적 정보 교환은 하지 않는 명목적 연장 △연장 표명 후 파기 △파기 라는 4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초엔 ‘연장’이 가장 유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 측에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하는 일본 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파기 의사를 단념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 측은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들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시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극비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을 일본에 파견해 일본의 양보를 얻은 후 협정을 유지하는 길을 모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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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지난 8월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당시 일본 외상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원칙적 입장을 반복한다’고 못박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청와대도 강경 수단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2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사상임위원회에서는 일본이 대(對)한 수출우대국 제외 조치를 철회할 경우 협정 파기를 재검토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일 강경책을 지지하는 여론에 입각해 "참석자 거의 전원이 종료에 동의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밝혔다.
아사히는 "지소미아는 11월 23일 만료된다"며 한·일 정상이 "이달 시작된 유엔 총회와 10월 일왕 즉위 관련 행사 등 기회를 살려 지소미아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일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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