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파장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과연 현실화될까.
G2 국가들이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가 급락하고 외환시장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분위기로 본다면 'R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역전쟁의 당사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중국과의 가치사슬 속에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도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다.
경기침체의 가장 강력한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도 그런 점에서는 위험해 보인다.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지 오래됐다. 그 격차는 갈수로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 국채 30년물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위험은 더 커져가는 분위기다.
그 와중에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거나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급등한다. 그 때마다 글로벌 금융 및 자산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도 커져가는 국면이 되고 있다. 당장 경기침체가 들이닥칠 듯 한 분위기다.
지금이야말로 경기침체가 과연 현실화될지를 제대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 되고 있다.
'R의 공포'로 대변되는 경기침체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실패 사태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사태를 불렀다.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세계굴지의 금융회사들이 파산했다.
이로 인해 바로 2009년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2009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0.1%였다.
그러자 전 세계가 돈을 퍼붓는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이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5.4%로 수직 상승했다. 이후 성장률은 3∼4%대를 오가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최근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기침체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는 것이다.
IMF의 세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망치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3.9%였다.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지난해 10월에는 3.7%, 올해 1월에는 3.5%, 4월 3.3%로 계속 낮췄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3.2%까지 하향조정했다. 3.9%에서 3.2%까지 무려 0.7%포인트나 성장률 전망이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3%대까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할 정도다. 최근까지 벌어진 상황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전문가들도 예상한다.
다만 지금이 경기침체로 접어드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경기침체의 정의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때에 사용된다. 지금이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지난 2009년과 같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려면 아직은 여력이 많은 편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는 상황도 최근 국면에서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관세폭탄을 과감하게 안겼으나 최근 미국경제도 역풍을 맞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 비스티지월드와이드가 발표한 올해 8월 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지난 2012년 11월 이후 최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0% 이상은 질문과 관계없이 관세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제조업관리지수(PMI)도 3년만에 처음으로 위축국면에 진입했다.
나 홀로 건재하던 미국의 실물경제에도 고통이 시작됐다는 신호가 나온 셈이다.
이로 인해 미국 상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 중 상당수도 미국의 대(對)중 관세폭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미국 내 주요 정치관련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만큼 중국과 결판에서 조금 불리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무역전쟁을 확대하기에는 추동력이 조금 부족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R의 공포가 쉽사리 다가오기 어려운 이유는 양적완화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물론 세계 주요국가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제로금리에서 마이너스금리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고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하향조정할 움직임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처럼 양적완화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변화에 따른 시장의 공포는 자주 나올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고 대비하고 있는 'R의 공포'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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