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모 된 전주시민 불만 고조…"성심성의껏 교섭 임해야"
멈춰선 전주 시내버스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지금껏 파업하지 않은 해가 없는 것 같아요. 전주에는 지하철도 없는데 파업할 때마다 너무 불편하죠."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전북 전주시민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서도 노사협상 때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버스회사와 10년째 파업을 벌이는 노조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상당하다.
12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파업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첫 파업은 그중에서도 유독 길었다. 2010년 12월 8일 처음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1∼3차까지 장장 3년 동안 버스 운행 일부를 중단했다.
이 동안 버스 운행이 계속해서 끊긴 것은 아니지만, 기습적인 파업과 노선 운행 중단이 비일비재했다. 도 교육청과 각 학교가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조정할 정도로 버스 파업이 미치는 영향은 컸다.
당시 파업은 전북지역 시내·외 버스회사들이 새로 설립한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첫 파업은 지역 정치권과 행정,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중재로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임금 및 단체 협상 결렬과 임금체불, 노사 갈등 등이 있을 때마다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해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씩 버스가 멈추면서 전주의 시내버스 파업은 연례행사가 됐다.
삼보일배하는 노동자들 |
올해도 우려했던 사태가 반복됐다.
한국노총 소속 전북지역 자동차노동조합은 지난 6일 첫차부터 전체 408대 중 107대의 시내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노총의 파업은 당일 열린 임단협을 통해 임금 4.2% 인상과 1일 2교대제 도입 등 노조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하면서 하루 만에 끝났지만, 전주시는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10년째 버스 파업이 벌어진 지자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여기에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도 사용자 측과의 협상을 남겨두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한해에 양대 노조가 모두 파업에 돌입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 320억원의 보조금을 5개 시내버스 회사에 지급하는 전주시의 담당 부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한해 200억원대를 집행했던 보조금 규모가 인건비 상승과 도심 확대에 따른 노선 증가로 3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막대한 보조금을 버스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매년 발생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와 회사가 조금씩 양보하면 풀릴 수 있는 사안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중재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
전문가는 상대의 요구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려는 태도가 노사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교섭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장우 노무사는 "보통 노조가 파업을 결정할 때는 수차례의 교섭을 거치고도 사용자 측이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라며 "어떤 일이 있어야만 사용자나 관리·감독기관이 노조의 요구를 그제야 경청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에 따른 책임을 안고 불가피하게 최후의 수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와 사용자가 교섭 과정에서 상대의 요구를 성심성의껏 듣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버스 파업 문제도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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