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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르포] 한⋅일 경제분쟁 두달...일제 주도 카메라 상가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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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용산 카메라 매장 인적 끊겨..."성수기 매출 작년보다 30% 감소"
일본 불매운동 온라인도 영향...다나와 7⋅8월 카메라 판매량 두달 연속 감소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 한국 배제 등으로 국내에 일고 있는 일본산 불매운동이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악재를 던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가 주도하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 고도화에 한⋅일 경제분쟁까지 겹치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숭례문 오거리와 남대문 시장 사이 코너 길에 몰려있는 15개 남짓 되는 카메라 매장들은 대부분 소니, 니콘, 캐논 등 일본 브랜드 이름을 간판에 달고 있다. 일본이 지난 7월 4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지 두 달여가 지난 6일 오전 11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시장 입구와는 달리 카메라 매장은 한산했다. 손님이 있는 매장은 3곳 밖에 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용산 리빙파크 2층에 밀집된 일본 카메라 매장들도 한산했다. 추석맞이 할인 행사가 시작하는 날이었지만 카메라 매장 전체에 손님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절반은 외국인 손님이었다. 카메라 매장 직원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진열대 유리를 닦는 모습이었다. 같은 층에 있는 영풍문고 직원들은 넘치는 손님들 사이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어 대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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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리빙파크 2층 카메라 매장. 대부분 일본 브랜드명이 적혀있다./배미래 인턴기자



"작년 여름에 비해 매출이 30%는 줄었어요. 사장님들끼리 만나면 늘 우는 소리가 나옵니다." 남대문 시장 앞에서 30년째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손모(54)씨는 "요즘 장사 어떠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카메라 시장의 성수기로 볼 수 있는 여름 휴가철인 7월부터 나타난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용산 리빙파크 카메라 매장에서 기자가 3시간 머문 동안 구매를 한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

온라인 시장도 다르지 않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관계자는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이 6월만 해도 전월대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7월에는 10%, 8월에는 14% 각각 전월대비 감소했다"고 전했다. 성수기인 여름철에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용산에서 2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1)씨는 "지금과 같은 매출 감소는 처음"이라며 "있으면 나도 국산 제품으로 팔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브랜드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카메라 시장에서 대체재를 구하기가 마땅치 않은 현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대체재가 없어 아예 구매를 미루는 분위기다. 유튜브 영상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찾고 있던 강모(30)씨는 당장 구매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는 "초보자가 쓸만한 카메라 리스트를 찾는데 모두 일본 제품이었다. 삼성 제품이 있긴 했지만 단종됐다"고 전했다. 용산 리빙파크에서 카메라를 살펴보던 최모(19)씨도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인데 일제 카메라를 사기 눈치가 보인다"며 "사는 건 좀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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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앞에 있는 카메라 매장./배미래 인턴기자



현장에서 만난 업주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카메라 시장이 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이유가 일본 브랜드에 대한 대체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캐논·니콘·소니·후지필름·올림푸스 등의 일본 브랜드는 지난해 세계에서 팔린 카메라 시장의 85.2%를 점유했다. 일본 카메라의 점유율이 높은 탓에 일본 제품 보이콧이 아예 카메라 자체 불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디지털 카메라 브랜드로 유일했던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이 사업을 접으면서 대체할만한 국산제품이 없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20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김모(56)씨는 "불매운동 때문에 한국 제품을 찾는 손님이 있었는데, 제품이 6년 전 모델이라고 하니까 결국 캐논의 신제품을 사 갔다"며 "대체재가 마땅치 않아 일제 불매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전했다.

독일의 라이카, 스웨덴의 핫셀블라드 등 다른 나라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일본 제품보다 비싸 일반인들이 사기에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같은 옵션이라도 일본 브랜드에 비해 라이카는 2배 정도 비싸다는 게 매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핫셀블라드 역시 1천만원 이상의 중형카메라를 주로 판다.

영상업체에서 7년간 일했다는 조모(31)씨는 "업계에서도 불매운동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가격과 성능을 놓고 보면 일본 브랜드를 대체할 제품이 없다"고 전했다. 용산 리빙파크 카메라매장에서 만난 이모(61)씨는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 중이다"면서도 "카메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본 브랜드를 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 불매운동을 권장하며 일제 대체 제품을 추천해주는 ‘노노재팬’ 사이트에서 조차 캐논과 니콘은 ‘대체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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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제품 정보와 대체 제품을 알려주는 사이트 ‘노노재팬’ 캡처. 캐논과 니콘을 치면 ‘대체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뜬다. /배미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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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카메라업체들은 일제 불매 운동 영향을 묻는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 중립의 태도를 고수하고자 노력한다"며 신제품 프로모션 행사 개최 여부 등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편이지만 올해는 아예 진행하지 않았다"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내부적 이슈에 의한 것이라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캐논은 8월 말에 발표한 하반기 신제품 EOS 90D와 EOS M6 Mark II를 9월중 출시할 예정으로 이에 맞춰 신제품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매년 여름 해온 '니콘 썸머 페스티벌'을 올해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배미래 인턴기자(성균관대 국문학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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