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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문재인 대통령, ‘옷로비 의혹’ 법무장관 해임한 DJ와 반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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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법무, 부인 ‘옷로비 의혹’ 탓 취임 보름만에 해임

“DJ, 의혹 사실 여부보다 국민여론 악화 무겁게 판단”

“문 대통령은 법률가라 법적 잣대만 중시” 지적 나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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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년 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의혹이 제기된 ‘현직’ 법무부 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법률가’인 문 대통령이 ‘정치인’인 김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반응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5월24일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에 발탁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고급 옷 로비 의혹’이 <한겨레> 보도로 불거졌다. 김 장관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최순영 대한생명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김 장관의 부인 연정희씨 등에게 호피무늬 반코트 등 고급 옷을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조국 장관처럼 당시 김 장관도 부인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김 장관 자신과 ‘직접 연결’된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김 전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두터운 신임을 보냈다. 당시 몽골을 방문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은 “유리창 속을 들여다보듯이 투명하게 (조사)해라. 누가 문제가 있고 누가 문제가 없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며 “그래 가지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 장관의 진퇴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후보 시절 ‘김 총장’에게 부채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은 총장 재임 때인 1997년 10월 대선을 두 달쯤 앞두고 신한국당이 폭로한 ‘디제이(DJ) 비자금’ 사건의 수사를 유보시켰다. “검찰이 수사를 계속했다면 호남에서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예민한 상황에서 수사를 중단했기에 김 전 대통령의 ‘당선’이 가능했다.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 “로비 실체가 없다”고 결론냈으나, 의혹이 잦아들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한겨레> 등이 진형구 당시 대검 공안부장(검사장)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을 보도하자, 김 대통령은 김 장관을 6월8일 전격 해임했다. 김 장관이 임명장을 받은 지 보름 만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법조계 인사는 “해임 사유로 파업유도 발언에 따른 검찰 지휘책임을 들었으나 그건 표면적인 것이고, 옷 로비 의혹이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하자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보다 국민 여론의 악화를 더 중하게 봤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의혹만으로’도 현직 법무부 장관을 ‘자른’ 셈이다. 그럼에도 옷 로비 의혹은 1999년 내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거쳐 다시 대검 중수부 수사로 이어지며 김대중 정부의 레임덕을 앞당겼다.

가족은 물론 자신까지 ‘피의자’로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선례는 찾을 수 없다. 배우자 관련 의혹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을 해임한 김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 선택이다.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법률가라서 국민 여론이 아니라 불법 유무라는 법의 잣대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 같다”며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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