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차 판매량 57%나 줄어…‘난공불락’ 렉서스 10위로
일본 여행 전년 대비 19% 감소…맥주 수입은 97% 폭락
내수 위주 일본 경제, 당장 타격 없지만 장기화 땐 파장
한산한 일본행 출국장 4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카운터가 일본행 항공기 수속 시간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에 다녀온 여객 수가 96만8686명으로 1년 전보다 19.5% 줄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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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여파로 점화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골이 당초 예상보다 깊어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달 57% 감소한 가운데 ‘난공불락의 요새’ 같던 고급차 렉서스마저 휘청대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일본 노선 이용객은 약 20% 줄었다. 다만 일본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적은 편이어서 불매운동에 따른 실제 충격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달 일본계 브랜드 승용차 신규 등록은 1398대로 지난해 8월(3247대)보다 56.9% 줄었다. 일제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17.2%)보다 8월 감소폭이 3.3배나 된다. 올 1~8월 일본차 누적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줄었다. 일본차 판매는 2014년 이래 매년 늘었다. 최근 디젤차가 강한 독일차에서 휘발유·하이브리드차를 앞세운 일본차로 수입차 소비가 상당수 옮겨가던 와중이었다.
지난달 일본차 수입시장 점유율은 7.7%로 지난해 8월(16.9%)의 절반 아래로 추락했다. 렉서스 판매량은 지난달 603대로 1년 전보다 7.7% 늘었지만 지난 7월과 비교하면 38.6%나 줄었다. 앞서 7월에 전달보다 24.6% 감소한 데 이어 불매운동 여파로 전달 대비 감소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표 모델인 렉서스 ES300h는 7월에 수입차 판매 3위(656대)에서 지난달에는 10위(440대)로 밀렸다.
지난달 도요타 판매는 542대로 지난해 8월보다 59.1% 줄었고 혼다(-80.9%), 닛산(-87.4%), 인피니티(-68.0%)도 크게 줄었다. 반사효과는 지난해 8월보다 24.3% 더 팔린 독일차들이 주로 누렸다. 반면 현대차(-9.7%)와 기아차(-1.9%)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1년 전보다 6.2% 줄어 일제 불매운동의 덕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처럼 “일제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일본 유니클로 임원)이라던 평가를 비웃듯 그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인천~일본 노선 이용객은 96만8686명으로, 지난해 8월보다 19.5%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일본으로 나간 출국객은 21.9%, 입국객은 17.3% 줄었다. 지난달 인천~일본 항공화물도 1만9461t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3% 감소했다. 주요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달 일본여행 수요는 지난해 8월보다 76.9% 감소했다. 모두투어도 8월 일본여행 상품은 1년 전보다 83.3% 급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여행은 최소 6개월 전부터 예약하고 수수료 부담 때문에 취소가 쉽지 않다”며 “예약률이 급감하고 하늘길도 감편·중단된 이달부터는 일본 이용객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사히, 삿포로, 기린 이치방 같은 일본 맥주 수입도 크게 줄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지난해 8월(757만달러)보다 97%, 불매운동이 시작된 올 7월(434만달러)보다는 94.8% 급감했다. 10여년 수입맥주 선두를 지켜온 일본 맥주는 지난달 13위에 그쳤다.
다만 일제 불매운동이 일본 경제에 직접 줄 타격은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 전체 교역 규모로 볼 때 자동차나 맥주 등의 불매운동은 상징성이 더 크다.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지난달 16억3000만달러로 오히려 7월보다 400만달러 늘어났다. 다만 일본 경제는 내수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여행객 감소는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보면,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의존도는 한국이 37.5%로 주요 20개국(G20) 중 3위인 데 비해 일본은 14.3% 수준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일본 경제 규모로 볼 때 불매운동 영향이 당장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일 경제갈등의 파장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병역·박준철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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