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이후 활기가 감돌던 여행업계가 12·3 내란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얼어붙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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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품 브랜드가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가장 먼저 찾는 글로벌 톱 스타도 많았다. 뭐 먼 데서 찾을 필요도 없다. 로제가 '아파트'로 신드롬을 일으킨 것도 얼마 전이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 후 모든 게 달라졌다. 한국을 여행주의국으로 꼬집은 나라도 있다. 여행·숙박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지금쯤이면 내년 4~5월 예약이 들어올 시기인데, 12·3 내란 사태 이후로 예약이 한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온 A씨는 계엄의 여파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12월 말까지 묵는 투숙객이 가고 나면 게스트하우스가 텅 비지 않을까 걱정이다. A씨는 "메르스(2015년)부터 코로나19까지 모두 버텨냈지만 지금처럼 힘들었던 땐 없었다"면서 "탄핵안이 가결되긴 했지만 별로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A씨만이 아니다. 또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B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엔데믹(endemic·풍토병화) 전환 이후 겨우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비상계엄이 웬 말인지 모르겠다. 그 때문인지 예약이 절반 이상 줄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었으니 누굴 원망할 수 있겠는가."
12·3 사태 전까지만 해도 여행·숙박업계는 회복 국면이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750만명(한국관광공사)을 기록했던 방한訪韓 외래관광객은 2021년 96만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1000만명대를 회복했다. 올해 10월까진 누적 1373만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고사 위기를 넘긴 여행·숙박업계가 계엄과 탄핵이란 또 다른 복병을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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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은 한국을 여행주의국가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인 만큼 시위·집회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대체지'를 찾아나설 수 있고, 이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분류돼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법적으로 내국인을 받을 수 없다. B씨는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 게스트하우스는 빚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객실은 공실인데 임대료는 그대로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된 명동거리에서도 침체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명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주말이면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10%가량 빠졌다"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또다시 끊길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대형호텔들도 불편한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서다. 지난 5일 방한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부터, 15일 방한을 계획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까지 계획을 철회했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11월 한국에서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는 호텔업계엔 대형 행사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12·3 사태 이후 예약 취소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내년도 신규 예약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한국은 '치안'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최대 장점이 타격을 입었다는 건 뼈아픈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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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팬데믹 기간을 버텼던 여행·숙박업계로선 탄핵정국이 빠르게 정리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안전하고 여행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다시 심어줘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정치권이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가을 대선'이란 말이 나돌 만큼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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