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 18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은 미국 금리 수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 연준이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상승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중립금리란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중립금리는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고 경제 활동을 보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중립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없이 경제가 성장하는 상태인 이른바 골디락스를 실현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준의 양대 목표인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가 중립금리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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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립금리가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 없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제 중립금리에 1%포인트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전날(18일)까지 세 번 연속으로 금리를 총 1%포인트 낮췄기 때문에 현재의 정책금리는 3개월 전보다 중립금리에 1%포인트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이어 "지금부터는 새로운 국면"이라며 "우리는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금리를 서서히 인하해 중립금리를 신중하게 찾아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금리를 과감하게 낮췄다가 중립금리 밑으로 인하하면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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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금리 상승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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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중립금리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제 미국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저금리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에 금리가 많은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했던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극도로 낮은 수준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나는 중립금리가 그때보다 아마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 추정치를 서서히 하향 조정했다. 초저금리와 재정 부양책으로도 경제를 부양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인구 고령화로 경제 내 수요가 줄어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립금리가 지난 몇 년간 상승해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유동성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 수요 확대와 공급망 다각화, 전력 수요가 많은 데이터센터 등 AI(인공지능) 열풍이 중립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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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중립금리 추정, 1년새 0.5%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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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매 분기마다 발표하는 금리 전망표인 점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을 알 수 있다. 점도표의 장기 금리 전망치가 연준 위원들이 추정하는 중립금리이다.
연준 위원들의 중립금리 추정치 중앙값은 2012년 4.25%에서 2019년에는 2.5%로 떨어졌다. 이후 2023년까지 2.5%로 유지되다 올해 들어서는 4분기에 걸쳐 계속해서 오르며 전날 점도표에서는 3%까지 상승했다.
연준 12월 점도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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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명의 연준 위원 중 8명은 중립금리가 3%를 웃도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중립금리가 3%를 상회한다고 생각하는 연준 위원은 두 명뿐이었다.
연준은 전날 금리를 4.25~4.5%로 0.25%포인트 낮췄다. 중립금리가 3%라면 여전히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립금리가 3%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만큼 연준은 중립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전보다는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파월 의장을 자문했던 존 파우스트는 중립금리가 낮게는 2.5%에서 높게는 4% 사이 어디인가로 추정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금리는 중립금리 추정치 상단에 거의 근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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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속도 늦춰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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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는데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연준 위원들도 나타났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연설을 통해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 범위를 중립금리를 향해 반복해서 낮추는 전략은 중립금리가 현재 금리보다 현저히 낮다는 확신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들은 중립금리가 올라갔다는 증거를 제시했으며 "일부는 중립금리가 현재 연방기금 금리와 매우 가까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또 연준이 금리를 중립금리 밑으로 너무 많이 인하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재반등하면서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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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과 다른 경제, 다른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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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에쿼티 자산운용사인 칼라일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이슨 토마스는 WSJ와 인터뷰에서 최근 데이터는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지금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관찰된 경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봄이 되면 "'연준 때문에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현재 경제의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많은 경제 주체들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립금리가 올라가면 연준은 이에 맞춰 정책금리를 조정해야 하고 이 결과 채권수익률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물론 주식을 비롯한 모든 자산 가격까지 영향을 받는다.
토마스는 "연준이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게 되면 상당히 오랫동안 금리 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던 에릭 로젠그린은 "연준은 이번 금리 인하로 '현재 금리는 중립금리 추정치의 상한선일 수 있으니 이제는 지켜보자'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금리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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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E 물가지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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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일에는 지난 18일 FOMC에 이어 증시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2%, 전년비 2.5%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월비 상승률은 지난 10월과 같은 것이지만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10월의 2.3%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지난 11월에 전월비 0.2%, 전년비 2.9%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비 상승률은 지난 10월의 0.3%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만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10월의 2.8%에 비해 올라간 것이다.
19일은 마침 올해 마지막 트리플위칭 데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PCE 물가지수가 갖는 영향력이 증폭되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트리플위칭 데이는 지수 및 개별 주식 옵션과 지수 선물의 만기가 겹치는 날이다. 아심500에 따르면 이번 트리플위칭 데이 때 만기가 도래하는 옵션의 명목 가치는 사상 최대 규모인 6조6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토로의 미국 담당 투자 애널리스트인 브렛 켄웰은 마켓워치에 "PCE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지난 18일 FOMC 이후의 매도세가 강화될 수 있고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최근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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