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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틀째 환율 1450원대…정부, 은행 규제 풀어 환율 방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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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치솟는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시중 은행의 외화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외화 대출 규제는 풀기로 했다. 최근 들어 외환보유고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터는 건 물론이고,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이틀째 1450원대를 기록했다. 20일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1451.4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0.5원 오르는 데 그쳤다(환율은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의 ‘위험수위’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김범석 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외환 수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대책의 핵심은 외환 유입 규제 완화다. 정부는 시중 은행의 선물환(先物換) 포지션(position) 한도를 국내은행은 전월 말 자기자본 대비 50%에서 75%,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은 250%에서 375%로 각각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급격한 자본 유입과 단기 차입을 억제하는 취지에서 2020년 3월부터 유지한 한도를 올리기로 했다.

선물환 포지션은 자기 자본에 대한 선물환 보유액 비율이다. 기업·개인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자 미래에 특정 환율로 외환을 사고팔고 싶을 때 선물환 거래를 이용한다. 정여진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높이면 외환 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국내에 외화가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지난 6월부터 강화한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자본 건전성 심사)를 연말까지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6월까지 유동성 확충계획 제출 등 규제를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외화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외화 대출을 받아 해외 투자에 쓰지 않고 원화로 바꿔 주식·부동산 투자에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화 대출을 규제했다. 하지만 한은 외국환 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대·중소·중견기업의 시설자금 용도에 한해 원화 용도 외화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달러가 시중에 풀려 환율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일부 국가와는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도 상대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한다. 지난 9월 출범한 한국-인도네시아 간 현지 통화 직거래 체제(LCT) 무증빙 한도를 상향하는 식이다.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LCT 체결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잇따라 대책을 쏟아냈다. 19일엔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고, 만기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등을 사기 위해 달러가 필요할 경우 정부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먼저 공급한 뒤 추후 돌려받는 식으로 환율에 대응할 여력을 높이는 조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까지 겪은 한국이 고환율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건 당연한 조치다. 다만 ‘긴급 처방’이 마지노선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흔들리는 게 대표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깨지면 심리적 요인으로 환투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환 당국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인 데다 과거 외환위기와 달리 지금은 우리가 (달러 채무국이 아니라) 채권자기 때문에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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