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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말 처분권 최순실에 이전 판단… 李 뇌물액 두 배 이상 늘어 [대법 '국정농단'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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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내용 뭔가 / 영재센터 지원금도 대가관계 인정 / 이재용, 뇌물·횡령액 50억원 추가 / 파기 환송심서 실형 가능성 높아져

세계일보

이재용. 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삼성 측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지원금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위해 제공한 말 3마리 모두 뇌물로 인정하면서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뇌물액수 50여억원을 추가해 또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말 3마리와 영재센터 지원금을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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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우선 말 3마리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이 삼성에서 최씨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는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을 갖게 된 경우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말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에 관해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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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또 재판부는 삼성 측이 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지원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작업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며 “승계작업과 그에 관한 대통령 직무 및 제3자에 제공되는 이익 등 사이의 대가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최씨에게 마필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며 말 3마리에 대해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고,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영재센터 지원금도 뇌물에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액을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3484만원으로만 한정했고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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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윗 줄 가운데)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자리를 채운 방척객들이 재판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날 대법원의 판단으로 향후 이 부회장에게 적용될 뇌물 금액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앞선 2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말 구입액 34억여원과 영재센터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뇌물 금액은 86억여원이 넘는다. 또 이 부회장의 개인 돈이 아닌 삼성의 법인 돈을 이용했기 때문에 삼성에 대한 ‘횡령’ 혐의로 이어지게 되는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취지에 따라 뇌물 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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