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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세계타워] 의료 대란과 우리편이 이긴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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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집착 ‘필수의료 확충’ 본질 망각… 근본해법 찾아야

지난 2월 19·20일, 전국 전공의들이 일괄 사직했다. 이후 이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내세우며 ‘탕핑(?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에 돌입했다.

그리고 100일 가까이, 정부와 의사들은 끝없는 평행선만 달렸다. 두 그룹 모두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조속한 사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지만, 협의 없이 서로를 향한 날 선 공격만 이어갔다.

세계일보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은 “‘의새’ 발언에 상처받았다”, “의사를 악마화했다”며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해임을 요구했고, “대화를 원한다”고 한 정부 역시 ‘의료 공백’을 핑계로 그동안 의사들이 반대해온 PA간호사 등을 실행에 옮기며 서로를 자극했다.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 위기’가 촉발한 이슈다. 2022년 말 가천대길병원 등에서 야간 소아응급진료 중단을 선언하면서 ‘내외산소’ 등의 필수의료 위기가 불거진 탓이다. 갑작스러워 보였지만 필수의료 위기는 오랜 기간 지속된 문제였다. 한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다들 지금은 필수의료를 말하지만, 흉부외과가 위기를 얘기할 때 정부도, 다른 과들도 관심을 아예 주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의대 증원’이 블랙홀이 돼서 필수의료라는 본질을 삼키며 서로에게 ‘의료대란’의 책임을 떠넘기느라 분주하지만,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

정부는 외상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으로 이어지는 필수의료 붕괴를 수년간 모르지 않았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직무유기다. ‘전 정권’ 핑계를 댄다면 각 부처의 연속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영혼 없는 공무원’을 자임하는 꼴이다. 그래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2000명’이라는 숫자라면, 왜 진작에 추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이뤄져야 한다.

의사 역시 마찬가지다. 필수의료 지원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불필요하고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권하는 병원이 넘쳐나고, 피부과에서는 질병 진료를 거부하는 등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 대학교수는 “언제부터 의사가 ‘물장사’(수액)나 하고 있나. 의사 사회 내부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자조했다. ‘저수가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더라도 결국 의사 내부의 ‘자정’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의새’는 이렇게 만들어진 말인 셈이다. 의사라서 더 특출한 소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최소한의 책임감은 어느 직업에서나 당연한 ‘직업윤리’다. 그리고 의사에게 최소한은, ‘환자 옆’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과 ‘의새’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쓴 이유는 하나다. 단어 하나를 소소하게 걸고넘어지며 비판의 삿대질로 가득 찬 싸움에 골몰하기 전에, 가장 최우선으로 둬야 할 국민과 환자를 생각하란 것이다. ‘불도저식’ 의료개혁을 주장하는 정부도, ‘전면 백지화’를 내세우는 의협도 서로에게 ‘퇴로’를 열어주며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한 대학교수는 현 사태를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들 2020년 파업에서 의사들이 이겼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때 의사들은 졌습니다. 그런데 이겼다고 착각했습니다. 진짜 의사들이 이기려면, 그때 죽어가는 필수의료와 저수가 문제를 해결했어야 합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의대 정원 동결만 해놓고 이겼다고 생각하니 ‘2000명 증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양쪽 모두가 가진, ‘우리가 이기겠다’는 착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표면적인 ‘승리’에만 집착하면, 다음 부메랑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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