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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애물車를 보물車로…중고·대체부품 `비용↓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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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출처=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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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車-123] 회사원 김재생(가명) 씨는 15년 된 국산 세단을 타고 다닌다. 아버지가 물려준 차인 데다 추억이 깃들어 있어 김씨는 애지중지 관리했다. 덕분에 타고 다니는 데 별다른 불편은 없다. 문제는 누군가가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를 부수고 간 뒤 발생했다.

수리를 위해 찾은 A정비업체에서는 신품 가격이 35만원이라며 공임비를 포함해 4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 수리를 포기한 그는 B정비업체를 찾았다. B업체는 중고부품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해당 부품이 5만~6만원에 나와 있다고 알려줬다. 그는 해당 업체에서 공임비를 포함해 10만원에 사이드 미러를 교체했다.

자동차를 오래 타다 보면 구입비용보다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유지비 중 자동차보험료와 기름 값은 비교 견적을 통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앞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예측도 가능해 절감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자동차세금도 연식이 오래될수록 저렴해진다.

그러나 수리·정비 비용은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확히 알기 어렵다. 사고나 고장 사례가 각양각색이어서 비용 예측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차를 교체하지 않고 오래 타면 차 가치 대비 부품 값이 너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차 가격이 100만~200만원에 불과하고 부품 몇 개만 바꾸면 더 탈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만 수리비가 차 가격 이상으로 나와 폐차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차 값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고치기도 한다.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지만 차에 들어가는 새 부품 가격은 출고된 지 1년 된 차나 10년 된 차나 거의 같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단종된 지 오래돼 부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부품을 개조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더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하다. 2만개가 넘는 자동차 부품 중 몇 개만 바꾸면 몇 년 더 운행할 수 있는 차가 폐차되는 이유다.

문제 해결법은 간단하다. 중고(재사용) 부품을 활용하면 된다. 중고 부품은 차 유지비를 아껴주고 수명도 늘려주며 가치도 끌어올려 준다.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에도 기여한다. 중고 부품을 '친환경(에코) 부품'이라 부르는 이유다.

중고 부품 사용은 불법이 아니다. 정부는 2003년 자원재활용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조향 장치와 브레이크 장치를 제외한 모든 중고 부품 사용을 합법화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안전과 관련된 조향기어기구, 차대번호가 표시된 차대 또는 차체, 제동장치, 마스터 실린더 등 4개 부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중고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장착된 '순정 부품'이다.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등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품은 한 번 사용되면 중고 부품으로 팔 수 없다. 만약 이런 부품을 팔다가 적발되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자동차 기술 발전으로 부품 품질도 향상돼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중고 부품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차를 수리할 때 우선순위를 중고 재활용 부품, 일반 부품, 순정 부품 순으로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리용 부품 시장에서 중고 부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 부품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현재 판매되는 중고 부품은 종류나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대부분 순정 신품의 30~50% 수준이다. 신품 대신 중고 부품을 사용하면 수리비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부품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실제 중고차 업계에서는 중고 부품을 이용해 중고차 가치를 높이는 상품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험료도 아낄 수 있다. 자동차보험을 통해 차를 수리할 때 중고 부품을 쓰면 신품 가격의 최대 20%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친환경 에코부품 특약'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누구나 이 특약에 가입돼 있다. 단, 보험개발원이 인정한 업체가 생산하는 중고 부품 중 안정성과 직접적인 관련도가 낮은 17가지 외장 부품만 해당된다.

중고 부품은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예전에는 정비업체에 중고 부품이 없을 때 차주가 폐차장을 돌아다니며 부품을 구해야 했지만 요즘에는 중고 부품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포털 사이트에 '중고 부품'으로 검색하면 업체들이 나온다.

소비자는 택배로 물품을 받은 뒤 정비업체를 찾아 공임비를 내고 장착하면 된다. 일부 업체는 매장 방문자에게 무료로 장착해주거나 제휴 정비업체를 통해 할인 혜택도 준다.

부품 수급도 문제없다. 중고 부품은 폐차에서 떼 낸다. 폐차 대수는 1년에 50만대 이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승용차 59만5481대가 폐차됐다. 올 상반기 승용차 폐차대수는 31만9427대다.

'중고'가 꺼려진다면 대체 부품도 있다. 완성차업체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만들어진 순정 신품 대신 품질인증을 받은 대체 부품을 장착하면 수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체 부품의 경우 품질은 순정 신품에 버금가지만 가격은 60% 수준이다.

자동차보험으로 차를 수리할 때 대체 부품을 쓰면 순정 신품 가격의 25%를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대체 부품 특약 제도'도 있다. 다만, 중고 부품보다 종류가 적은 게 단점이다.

또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동차보험으로 차를 수리할 때 중고 부품과 대체 부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심지어 보험사 직원들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특약 존재를 알더라도 순정 부품 선호도가 강해 이용자는 많지 않다. 지난해 2월 특약 제도가 도입됐지만 1년 동안 대체 부품 특약 이용건수는 9건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대체 부품을 적용하면 보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 대체 부품 적용 대상을 늘리고 환급금을 올리는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충남 내포 신도시에 '대체자동차부품인증지원센터'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대체 부품의 품질을 평가하는 국가공인전문기관이다.

'짝퉁 부품'은 조심해야 한다. 싼값에 고쳐준다면서 포장만 국산이고 실제로는 저질 중국산 등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벨트, 필터, 전조등, 플러그, 연료펌프 등이 주로 국산으로 둔갑된다.

실제 지난 6월 관세청 대구본부세관은 값싼 중국산 부품 626만점을 수입해 국산으로 허위 표시한 뒤 국내외에서 유통한 3개 업체를 적발했다. 국내 판매한 금액은 21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국산 정품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중국산 부품을 판 것으로 드러났다. 품질 테스트 결과, 일부 부품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납품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 부품을 줄이려면 정비한 뒤 업체가 발급하는 정비명세서에 부품 원산지를 적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나중에 정비업체가 원산지를 속였을 때 피해를 보상받을 수도 있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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